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제안한 '원전 해체' 관련 표준안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신규작업표준안(NP)으로 최종 승인됐다. 이로써 한국은 약 5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원전 해체 시장에서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23년 6월 ISO에 제안한 원전 해체 표준안이 미국, 중국, 일본 등 9개 회원국의 찬성을 얻어 신규작업표준안으로 최종 승인되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승인은 원자력 기술위원회(TC 85)에서 3년여에 걸친 치열한 논의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이번에 승인된 표준안은 원전 해체 과정의 기본이 되는 용어 정의부터 계획 수립, 실행,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적용되는 일반 요건을 담고 있다. 한국은 이번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표준 제정을 전반적으로 주도하게 된다. 표준안은 19일부터 각국의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하며, 작업반 초안(WD), 위원회안(CD), 국제표준안(DIS), 최종국제표준안(FDIS)을 거쳐 오는 2027년 12월 국제표준(IS)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표원은 이번 표준안 승인을 시작으로 해체 공정에 필수적인 세부 기술을 다루는 '9종 시리즈 국제표준'을 순차적으로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세부 개발 대상은 ▲원전 해체 계획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설 특성 분석 ▲안전성 평가 ▲해체 작업 관리 ▲방사성 오염 제거 및 철거 ▲방사선방호·모니터링 ▲해제 기준 적용 ▲부지 복원 등이다.
특히 이번 표준화 작업에는 원자력 분야의 국제 안전 기준과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표준이 향후 글로벌 원전 해체 산업의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AEA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기 이상의 원전이 해체될 예정이며, 그 시장 규모는 50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우리나라는 그간 원전 건설과 운영에 있어 국제 기준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으나, 금번 표준안 제정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해체 분야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K-원전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ISO뿐만 아니라 ASME(미국기계학회) 등의 사실상 표준 제정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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