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36)가 세계시장 정복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11일 밤 12시 119개 국에 신곡 '젠틀맨'을 발표한데 이어 13일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화려한 컴백쇼를 열어 예열을 마쳤다. 싸이 신드롬의 기폭제가 됐던 뮤직비디오도 선보였다. 지난해 7월 발표한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K-팝 역사의 큰 획을 그었던 싸이가 이제 '젠틀맨'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빌보드 차트 정상의 꿈 이룰까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강남스타일'로 세웠던 숱한 기록들을 스스로 갈아치울 지 여부다. 특히 전 세계 가수들의 꿈인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의 영광을 이번에는 이룰 수 있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싸이는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마룬파이브의 '원 모어 타임'을 넘지 못하고 7주간 2위에 머물렀다. 음원 판매량에서 앞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도 방송 횟수의 열세가 매번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빌보드는 3월 둘째 주 차트부터 음악 소비 패턴의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순위 집계 방식을 적용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동영상 조회 수를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현지 주요 언론들이 "싸이가 빌보드 차트 집계 변화의 중심에 섰다"고 입을 모았듯이 싸이에게는 빌보드 정상을 향한 탄탄대로가 열린 셈이다. 차트 변화 직후 미국의 무명 DJ 바우어가 '막춤' 동영상을 앞세운 '할렘 쉐이크'로 깜짝 1위를 차지한 것은 싸이의 앞날에 대한 예고편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41개 국 아이튠즈 1위도 정복 대상이다. 이미 음원 출시 하루 만에 베트남에서 최초로 정상을 찍었고, 아시아와 유럽 각 국 차트에서 톱10에 진입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스타일'에 유일하게 무반응이었던 일본에서도 빠르게 순위를 높여가고 있다.
동시에 유튜브 15억 건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에도 다가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강남스타일' 뮤비의 뒷면"이라는 빌보드의 지적이 있었지만 더 독해진 유머와 섹시 코드를 가미해 전작을 즐겼던 팬들이라면 누구나 클릭할 만한 재미를 갖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한국적인 스타일 포기 않는다
지금까진 '강제진출'로 정신없이 해외 활동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전략적으로 향후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입지를 다질 차례다.
신곡 발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신인 가수가 아닌 12년차 한국 가수임을 강조했듯이,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국제 표준이 아닌 '코리안 스타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젠틀맨'에서 외국인도 발음하기 쉬운 유음(ㄴ·ㄹ·ㅁ·ㅇ)과 모음 'ㅏ'를 최대한 활용했고 맛깔나는 속어로 운율을 맞춘 것이 그런 이유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알랑가몰라' '패기' '똘끼' 등의 가사로 외국인들이 무슨 뜻인지 궁금증을 유발해 한국어의 묘미를 느끼도록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열린 콘서트에서도 세계인들을 겨냥해 태극 무늬 영상을 가미했고, 상당 부분의 가사를 '한국'이라는 단어로 개사해 노래했다. 신곡 안무로 '시건방춤'을 택한데 대해서도 "우리에게는 해외 여느 음악시장보다 훌륭한 포인트 안무가 많다. 안무는 물론 우리의 명곡을 리메이크하는 작업을 계속하겠다"며 코리안 스타일을 강조했다.
한 음악 관계자는 "감각적으로 대중의 기호를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싸이가 지난 6개월간 해외 팬과 만나며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코드를 확실히 체득한 것 같다"며 "무리수를 두지 않되 싸이의 브랜드를 확장하며 영리하게 더 나은 성과를 거둬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싸이는 이르면 이번 주말 미국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젠틀맨' 프로모션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