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고도 성장을 지탱해 온 경제 공식과 사회적 분위기가 뿌리째 흔들리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산업화를 위해 자본을 쏟는 옛 방식은 이미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고 저출생, 고령화로 노동 투입마저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했다. 또 경제 전략을 추진할 동력이자 무형 자산인 사회적 신뢰 역시 부재하면서 구조적 혼란이 더해졌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수출 지표만 호조를 보이고 내수와 고용은 바닥을 치는 전형적인 'K자형 양극화'의 늪에 빠졌다. 경제 주체 모두가 상생하는 새로운 번영의 틀을 설계해야 한다는 학계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관련 학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원은 '패권 충돌의 파고, 한국은 어떻게 넘을 것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세계 질서의 대전환기 속에서 대한민국 생존과 번영을 모색하고자 마련됐으며 기조 강연, 주제 발제, 토론 등이 이뤄졌다.
이날 행사는 주요 인사들의 격려와 기대로 시작했다.
윤희성 학교법인일송학원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사법, 경제, 과학기술, 외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양희 한림대학교 총장의 축사, 송호근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원장의 개회사 등이 이어졌고 정운찬 전(前) 국무총리는 기조 강연을 발표했다.
정운찬 전(前) 총리는 한국 경제의 가장 뼈아픈 취약점으로 'K자형 격차'와 이로 인한 '내수 생태계의 붕괴'를 꼽았다. 과거 1970년대 10.6%에 달했던 경이적인 성장률이 최근 1%대 초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소득 양극화가 부채 누적으로 옮겨가는 악순환을 짚었다. 소득이 정체된 서민층과 자영업자가 빚으로 버텨온 결과, 전체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에 육박하는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민 1인당 평균 4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규모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소비 위축 등이 국민이 지갑을 닫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 직격탄은 소득 하위 기반인 700만 자영업자가 연쇄 부실 형태로 맞고 있다.
그는 위기 탈출 해법으로 아래에서부터 활력이 치솟아 생태계 전체를 적시는 '분수효과', 즉 21세기형 동반 성장을 제안했다. 중소기업과 가계의 자생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생산적 가치 공유에 중점을 둔다. 혁신 기술을 확산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패권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등 대외적 불확실성을 돌파할 핵심 전략 역시 정 전(前) 총리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에서 미국 등 강대국이 우리를 대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강력한 비대칭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영웅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맞잡고 내딛는 한 걸음이 절실한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주제 발제는 총 4가지로 구성됐다. 첫 발제자인 윤국진 카이스트 AI대학 학장은 'AI 혁명과 과학기술 체제'에 대한 최신 지견을 나눴다. 그는 인공지능(AI)이 과학 기술을 배우고 연구하고 활용하는 전반의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했다.
중앙대학교 이근 석좌교수는 '한국 자본주의의 새 패러다임'을 주제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진아 교수는 '민주주의와 사법개혁'을,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국제질서의 대변혁과 한국의 외교'를 주제로 각각 선진 강국으로 도약할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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