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승자는 기쁨을 누리고 패자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선거 이후 더 중요한 것은 결과를 둘러싼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유지하느냐다. 패배한 쪽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정치의 현실이지만,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반복될 경우 국민은 혼란에 빠지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3일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만큼 작은 실수조차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계기관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와 명확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선거 관리나 개표 과정에서 잘못이 확인된다면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 역시 뒤따라야 한다. 잘못이 있는데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다만 선거 이후 제기된 모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일부는 관계기관의 설명과 검증 과정을 통해 해소될 수 있고, 일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의혹의 크기가 아니라 사실 여부다. 확인된 문제는 책임을 묻고, 사실이 아닌 주장은 정리하는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의혹을 방치하는 것으로도, 확인되지 않은 주장만으로 결과를 부정하는 것으로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선거관리기관 역시 단순한 해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사 진행 상황과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제시해야 한다. 신뢰는 일방적인 선언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정보 공개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통해 회복된다.
선거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선거 결과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필요한 검증은 끝까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검증과 정쟁은 구분돼야 한다. 지방선거를 통해 선택받은 당선인들은 지역 현안 해결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며, 정치권 역시 민생과 지역 발전을 위한 논의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승자에게는 국민 통합의 책임이 있고 패자에게는 성숙한 승복의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는 경쟁이지만 민주주의는 함께 만들어 가는 제도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끝없는 공방이 아니라 공정한 검증과 책임 있는 자세다.
민주주의는 의혹을 덮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근거 없는 불신을 키운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공개,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수용이다. 그것이야말로 지방선거를 치른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유진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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