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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본격화…'국민연금' 참여 여부 주목

500조 시장 커졌지만 수익률은 '제자리'
국민연금 참여론 부상…민간 금융권은 우려

서울시에 위치한 한 국민연금공단 지사. /뉴시스

퇴직연금 제도 도입 20년 만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의 운용 역량을 활용해 낮은 수익률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제도적 차이와 민간 금융업계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8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경영계 등이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 태스크포스(TF)는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7월까지 세부 제도를 설계하고 연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근로자가 적립한 자금을 별도 기금으로 조성해 전문 운용기관이 통합 운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계약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개별 계약을 맺고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야 하지만 기금형은 전문가 조직이 자산 운용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적립금 규모가 2040년 1172조원, 2055년에는 185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가입자들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2025년 기준 6.47%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19.9%)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특히 전체 적립금의 75.4%에 해당하는 378조1000억원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상당수 가입자의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겨우 웃도는 2%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 운용기관이 대규모 자금을 통합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는 무엇보다 수익률 개선 효과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약 20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로 자리 잡았다. 대규모 자산 운용 경험과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씨앗)는 성과를 내고 있다. 푸른씨앗의 최근 3년여 누적 수익률은 26.98%를 기록했다.

 

특히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은 영세 사업장의 참여를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3.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 합동 실무작업반 내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운용 성격과 기금형 퇴직연금의 구조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전체 가입자의 자산을 하나의 기금으로 통합해 운용하는 방식인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은 개인별 적립금을 운용해 성과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 중심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 개인 계좌 단위의 자산배분과 생애주기별 운용에서도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 금융권에서는 시장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권역별 수익률은 증권사가 9.79%로 가장 높았고 은행(5.70%), 생명보험사(4.53%), 손해보험사(3.81%)가 뒤를 이었다. 그동안 퇴직연금 시장 확대를 위해 시스템 구축과 인력 확보에 투자해 온 금융회사들은 국민연금이 시장에 참여할 경우 민간 사업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참여 범위를 중소기업 퇴직연금이나 영세 사업장 중심으로 한정하는 절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수익률 제고와 가입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민간 금융회사와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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