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가세가 주춤하던 시중은행 달러 예금이 6영업일 만에 19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예금이 빠르게 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지만 기업들이 환차익 기대에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은행에 따르면 지난 8일기준 예금잔액(개인, 기업, 기관포함)은 650억 달러로 전월 말 보다 19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이후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며 달러 예금 잔액이 600억 달러를 밑돌았는데, 4월부터 증가세다.
달러 예금 잔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확보한 달러 규모도 커졌다.
아울러 향후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해 보유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대신 달러예금으로 보유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수입기업의 경우 향후 원자재 및 물품 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를 미리 확보해 예금으로 보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출기업 역시 환율이 더 오를 경우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달러 매도를 늦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달러 보유 확대가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을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서 원화로 환전하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지만, 이를 예금으로 묶어둘 경우 시장에 풀리는 달러 물량은 감소하게 된다. 반대로 수입기업의 달러 확보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달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도 환율 변동성 확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최근 외환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원·달러 환율 동향과 외화 유동성 상황을 점검했다.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은 기업들의 달러 보유 확대와 글로벌 달러 강세 등 시장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큰 만큼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달러 예금 증가는 은행이 외화를 공격적으로 유치한 결과라기보다 기업들이 환율 상승에 대비해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며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달러 보유 수요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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