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주는 더 이상 꿈과 동경의 대상만은 아니다. 각국의 정치, 경제, 군사와 같은 ‘세속적’인 문제들의 각축장이 되어서다. 최근 선진국들의 우주경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이다. GNSS라는 단어가 생소한 사람도 실은 매일 GNSS를 사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등 우리의 일상에 널리 사용되는 GPS 신호가 바로 GNSS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GPS는 미국에서 제공하고 있다. 유사시 GPS 신호를 암호화하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여러 나라들은 자신들만의 GNSS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 선두주자인 러시아는 이미 1995년 완성됐지만 그동안 구소련의 해체와 경제위기로 인해 거의 방치했던 GLONASS라는 인공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실제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 복구해 놓은 상태이다. 유럽과 중국도 각각 ‘Galileo’와 ‘Beidou(북두)’라는 이름의 GNSS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중이다. 심지어 미국의 최대 우방인 일본조차 여러 가지 명분을 내걸고 대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만의 GNSS를 만들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이 유럽의 Gali
leo 사업에 참여하려 한다는 소식에 미국은 “전시에 중국과 같은 적성 국가가 Galileo를 사용한다면 불가피하게 격추할 수밖에 없다”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현재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쿠바, 베네수엘라 등을 협력파트너로 거론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상에서의 역학구도가 우주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제한된 국부를 쪼개 우주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답은 간단하다. 우주개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이미 우주공간상에서는 조용한 전쟁이 시작되었고 우리도 이에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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