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번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서울역에서 청량리를 오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연변 처녀 선녀의 눈으로 담아낸 대한민국 서울의 풍경화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독일의 ‘Linie 1’이다. 극단 학전은 해외 우수 뮤지컬을 우리 식으로 번안해서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슈퍼맨처럼’ 등 어린이 번안 뮤지컬을 선보여왔다. 학전의 신작 ‘분홍병사’ 역시 프랑스 뮤지컬을 우리식으로 번안한 뮤지컬이다.
푸름이의 장난감 나라 여행기라는 소재는 동화적이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어른들의 세계가 재미없는 푸름이는 영업이 끝난 마트에 남는데, 그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
날마다 사람들이 장난감을 사가서 친구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싫은 장난감들은 상상력이라는 기차를 타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한다. 그곳에서 공룡인형을 만나기도 하고, 잠시 가지고 놀다가 장난감 더미에 버려진 인형들을 만난다.
‘분홍병사’는 인형 세계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를 비판하는가 하면, 아시아의 소녀가 적은 비용을 받고 만든 헝겊 인형을 등장시켜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착취 구조를 보여준다. 시시각각 대단치 않은 일로 투닥거리는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는 시침과 분침의 이야기로 비유하여 들려준다.
이처럼 푸름이가 여행에서 만나는 장난감들은 우리 사회의 일면을 반영하고 있다. 푸름이는 장난감들과의 여행에서 다양한 인형들을 만나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것은 남자아이에게는 분홍색이라는 이유로, 여자아이에게는 총을 든 병사라는 이유로 팔려나가지 않는 분홍병사의 러브스토리다.
다양한 인형들의 이야기는 가벼운 상상력으로 펼쳐져서 재미를 주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에피소드들을 연결하기에는 분홍병사의 러브스토리가 충분하지 않다.
2007년과 2008년 프랑스에서 앨범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원작의 음악은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김민기가 작사를,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한 고찬용이 음악감독을 맡아 더욱 빛난다. 헐거운 드라마의 구성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로 음악을 듣는 맛이 좋다. 27일까지 학전 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