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차이나 달러’ 시대다. 요즘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현상을 함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키포인트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제력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영향력이 과거 1970년대 중동의 오일 달러, 80년대의 재팬 달러 이상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각종 경제지표가 그것을 말해 준다. 수출입 규모가 연간 20%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며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환 보유고도 2조4000억 달러로 단연 세계 1위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8∼9%를 유지하고 있다. 13억 인구를 밑천으로, 그야말로 ‘세계 시장의 엔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위안화의 절상 문제는 그러한 연장선상에 자리 잡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쏟아내며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도 환율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경쟁국들을 따돌려 온 중국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으로부터 환율 인상에 대한 압력을 받아왔으나, 중국은 그때마다 완곡히 물리치곤 했다. 오히려 위안화의 국제 결제를 늘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가능성을 넘보는 상황이다.
그러한 중국이 갑자기 관리변동환율제의 복귀를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2008년 7월 이후 ‘1달러=6.83위안’으로 묶어온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환율 결정에 시장 기능을 일부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주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가 집중 거론될 예정이었으므로, 이에 대한 답변을 미리 제시한 셈이다. 그렇다고 위안화가 당장 큰 폭으로 절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눈앞의 이익을 한꺼번에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절상 폭은 3% 안팎에, 아직은 시기도 불명확하다. 각국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중국이 과연 어떤 조치를 내릴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베이징에서 너풀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폭풍우를 불러온다’고 하지만, 그것이 카오스 이론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이론의 차원을 넘어 엄연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