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은유적인 멋스러운 명칭을 사용하기를 좋아하여 지역 명칭도 호수나 고개를 기준으로 불렀다. 전라도보다는 호남이라고 불렀고, 경상도보다는 영남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했다.

호남(湖南)은 조선시대 이긍익이 저술한 ‘연려실기술’에 “전라도의 김제군 벽골제호를 경계로 해서 전라도를 호남이라 부른다”는 기록에서 비롯된 전라남북도를 지칭하는 별칭이다. 오늘날에는 금강을 기준으로 금강 남쪽은 호남, 금강서쪽은 호서로 나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호서(湖西)란 호수의 서쪽 지역을 말하는데 제천에 있는 의림지가 기준이며 충청남북도를 불러 온 별칭이다.

영남이라는 지방명은 소백산맥 중의 죽령(竹嶺)과 조령(鳥嶺:새재) 등 큰 고개의 남쪽에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며 경상도를 가리킨다. 영동(嶺東)과 영서(嶺西)는 강원도 지역을 구분하는 별칭인데 그 기준은 대관령이다. 대관령 동쪽 지역을 영동이라고 말하고 대관령의 서쪽을 영서라고 부른다.

기호(畿湖)란 경기도와 충청도를 아울러 부르는 별칭이다. 경기란 서울의 외곽지역을 의미하는데, 당나라에서 왕도의 주변을 경현(京縣)과 기현(畿縣)으로 구분하여 통치한 데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왕건이 송악에 수도를 정하고 개경 주변을 경기 지역으로 설정하였다. 조선이 건국하고 한양에 도읍을 정하면서 자연히 경기지역도 한양을 중심으로 사방 100리 지역으로 바뀐다. 기호지방이라고 부를 때 ’호’자는 호서지방인 충청도를 가리키며 중부권을 뜻한다.

관북(關北)과 관서(關西) 그리고 관동(關東)의 기준은 철령관(鐵嶺關)에서 비롯되었다. 철령관은 서울을 방어하는 요충지이다. 철령관의 ‘관’자를 따서 그 북쪽지방을 관북이라고 부르는데 함경도 지방이고, 관서는 철령관의 서쪽지방인 평안도 땅이며, 철령관 동쪽을 관동이라고 불렀는데 강원도 전체를 지칭한다.

해서(海西)란 바다의 서쪽이란 뜻으로 황해도 지방을 말한다.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