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전 대학 졸업 후 일하다가 지금은 대학원에 다니는 29살 여자예요. 전 지금껏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봤고, 남자를 네 번 만나봤지만 늘 무서울 정도로 모두 정확히 한 달 만에 끝이 났어요. 최근의 예로 들면 같이 시험 준비를 하는 서른 살 남자가 열흘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한 달간 거의 매일 만났는데 딱 4주 채우니 남자가 식더라고요. 그새 싸운 적 한번 없어요. 저는 초조한 맘에 더 잘해주고 자주 연락하고 했는데 갈수록 더했어요. 남자의 이유인즉, 이렇게 놀다가 취업 못할 거 같고 또 첨에 비해 나에 대한 감정을 모르겠다 하대요. 무조건 미안하대요. 저도 저의 어떤 행동이 남자를 질리게 하는지 모르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선이나 볼까)
Hey 선이나 볼까!
당신의 어떤 행동이 남자를 질리게 할까? 아마도 ‘한 달이면 이 남자도 나에 대해 질려 하겠지?’라는 초조함이 주는 징후들이 남자를 그 말대로 질리게 하는 거겠지. 점점 갈수록 세심하게 잘해주고 챙겨주고 하면, 남자는 점점 숨 막히고 ‘너무 쉽게 얻어진 것’에 대한 감흥을 잃기 마련이지. 오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관계는 대략 세 경우야. 두 사람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라 서로 까도 까도 신비로움이 남아 있거나, 남녀의 화학작용 이상으로 인간적 궁합과 대화가 너무 잘 맞거나, 똑똑하고 여유 있는 한쪽이 두 사람의 거리 감각 조절을 절묘하게 통제를 하고 있거나. 하지만 가장 최근의 예로 보면 두 사람 다 서로에 대한 매혹보다는 연애에 대한 결핍감이 큰 동기 부여가 되었고, 같은 시험준비생 입장이라 이런 경우의 동병상련은 사실 희망이 쉬운 만큼 절망도 쉽게 스며들고, 거리 조절은커녕 한 달간 붙어 사니 바로 ‘액면가’가 드러난 셈이지. 이 모든 게 ‘내 탓이오’라고 하면 발전은 있겠지만 동시에 새 가능성들에 대해 위축될 수도 있으니 걍 남자 잘못 만났다고 가볍게 넘기고 넘어가도 될 듯. 이제 겨우 샘플 수 네 명 가지고 어떤 패턴 정하지 말자고.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