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의 무대 나들이가 한창이다. 소위 드라마가 원작인 뮤지컬의 등장이다.
우선 관심이 가는 작품은 단연 ‘궁’이다. 인기 순정만화를 드라마로 만들어 세간에 화제가 됐던 영상물을 다시 뮤지컬로 각색했다. ‘조선 황실이 오늘날에도 존재했다면 어떨까’라는 기본 전제도 재미있지만, 역시 여성들의 로맨스와 환상을 자극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는 맛이 일품이다.
윤은혜가 연기했던 신채경 역으로는 곽선영과 신의정이, 주지훈이 맡았던 이신 역으로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OPPA 출신의 런, 그리고 뮤지컬 배우 김동호가 등장한다. 황족의 화려한 궁궐 모습이 무대에서는 어떻게 재연될지도 감상 포인트다.
말랑말랑한 러브 스토리만이 전부는 아니다. 퇴폐적이고 농염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뮤지컬 버전(사진)이 그렇다.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이라는 드라마 소재가 소극장 뮤지컬로 재구성된 경우다.
무대와 소품을 매개로 시공간을 뒤섞어놓은 변화도 이색적이지만, 역시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치명적인 사랑의 대사들과 가슴 저미는 이야기다. 불륜이나 물질만능주의, 관능, 퇴폐 등 통속극에서 흔한 소재들을 무대로 재구성해낸 연출력이 별나면서도 흥미롭다.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된 ‘풀 하우스’도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작품이다. 역시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한류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끈 전력이 있어 해외 진출이 기대된다. 비와 송혜교가 만들어낸 드라마의 캐릭터를 무대에서는 누가 재연해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원작의 대중성을 빌려오는 것은 좋지만, 무대는 단순한 드라마의 재연에 머물면 곤란하다. 수십 편의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드라마와 두 시간 남짓한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이야기 전개의 호흡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대만의 상상력과 판타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잘해야 본전이라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뮤지컬로서의 완성도는 이런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때 비로소 꿈꿀 수 있는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