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우여곡절이 많은 20대를 관통해온 27살 여대생입니다. 저의 가장 절실한 문제점은 여자를 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어렸을 때 항상 혼자 지내서 대화가 서툴고, 소심해서 같은 반 여자아이들에게 휘둘린 경험 때문에 기억 속의 여자들은 가해자로 각인되어 있죠. 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꼭 잘해보고 싶어 언니와 동생, 동갑과 동갑, 동생과 언니 이 셋의 관계마다 나름의 전략을 쓰고 있어요. 언니를 대할 땐 시키는 대로 하고 아부를 잘하고요, 동갑을 대할 땐 약간 응석을 부리고 동생들에겐 잘해주면서 잘 들어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그녀들의 눈치를 보느라 너무 힘들어요. 깊은 관계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있을 때 서로 즐겁고 싶어요. 에너지를 다 써서 그녀들을 좋아할 에너지까지 남아 있지 않네요.
(토마토스파게티)
Hey 토마토스파게티! 인간관계가 어렵고 무서운 것은 자신도 모르게 패턴이 생긴다는 거야. 휘둘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꾸만 휘둘리는 상황의 인간관계로 스스로를 몰고 가는 습성이 생기는 거지. 안 그러면 되레 불안하니까. 지금 말한 언니, 동갑, 동생으로서의 전략은 다들 딱 휘둘리기 좋은 만만한 ‘을’의 입장이네. 언니한테 게기고 말막해도, 동갑들에게 뻔뻔하게 굴어도 동생들 일 시켜먹어도 당신이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면 그 호감은 다 전달되기 마련이야. 반대로 아무리 겉으로 잘해줘도 진심의 호의가 존재하지 않는 건 바보가 아니라도 다 알 수 있고 그 누구든 ‘껍데기’를 원하지 않아. 스스로를 피해자라 해도, 그들 역시도 자신들이 ‘이용’ 당했다고 생각하거든. 실은 가해자·피해자 없이 사람 마음은 다들 나약한 거야. 자, 이젠 나이 상관없이 대등한 관계로 적절한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능동적으로 만나서 몸에 각인될 좋은 기억들을 새로 구축해나가야만 해. 당신에게 ‘피해자’의 스멜이 계속 남아 있는 한, 사람들은 대체 이 사람에 대해선 어디까지 누울 자리 보고 뻗을 수 있을 것인가가 잔인하게 궁금해지기 마련이거든.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