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가 되는 가수는 단연 미스에이(사진)다. ‘베드 걸 굿 걸’은 단순하게 반복되는 멜로디와 도발적인 가사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음악은 특히 가사가 흥미롭다. 도발적인 가사로 화제가 되었던 걸 그룹들, 포미닛이나 2NE1과 비슷한 듯 다른 포지션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단 ‘베드 걸 굿 걸’의 멜로디는 지독하게 관습적이다. 그래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아득하고 넓게 펼쳐지는 무그 신시사이저 위에 단순한 멜로디가 몇 소절씩 반복된다. 거기에 담긴 가사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 끝나니 손가락질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이런 옷 이런 머리 모양으로 이런 춤을 추는 여자는 뻔해 / 네가 더 뻔해’란 노랫말이 직격탄을 날린다. 댄스음악과 여자 가수에 대한 편견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듣는 사람을 뜨끔하게 만든다.
그런데 후렴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날 감당할 수 있는 남잘 찾아요 / 진짜 남자를 찾아요’라든가 ‘(날 불안)해 하지 않을 남잔 없나요 자신감이 넘쳐서 / 내가 나일 수 있게 자유롭게 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리고 ‘춤출 땐 베드 걸 사랑은 굿 걸’로 이어진다.
이 부분이 흥미로운 건 이토록 도발적인 여자가 안정적인 연애관계 안에서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연대를 확인하는 걸로 노래를 마무리했던 포미닛이나 2NE1과는 다르다.
미스에이는 남자를 위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녀시대처럼 수동적이지도 않고 동시에 2NE1처럼 공격적이지도 않다. 주체적이면서도 이성애 연애관계에도 충실한데, 그건 일종의 ‘현대 여성’의 태도와도 연관되는 것 같다. 능동적으로 보이지만(난 나야, 아무도 날 평가 못해!) 수동적인 연애관계를 갈구한다는 점(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남자를 찾아요)에서 분열적이다.
분열적이라서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그런 분열이 왜 생기느냐다. 내 생각에 그건 선택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2010년의 여자들은 1980년의 여자들보다 더 많은 걸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게 과연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해줄까. 그 점에서 미스에이의 노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걸 그룹과 21세기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