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기자 A는 지난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드라마 출연료를 받지 못해 제작사를 상대로 재산 가압류 신청을 하는 등 한바탕 우여곡절을 치러야 했다.
반 년 가까이 촬영장에서 밤낮을 보냈지만 결국 받아아 할 돈의 절반만 겨우 손에 쥔 A의 매니저는 “방송사는 ‘나 몰라라’하고, 외주 제작자는 ‘잠수’를 타고, 공동 제작자로 나섰던 PD는 일찌감치 연출료를 챙겨 떠나고, 남은 배우만 피해를 봤다”며 분개했다.
한국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의 파업 선언으로 방송가가 뒤숭숭하다. 다행히 KBS는 1일 한예조와 미지급 출연료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급을 보증하며 관계를 정상화했지만, MBC와 SBS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사태가 악화될 경우 당장 다음주부터 결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므로 ‘또 저러다 말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는 처지에서는 관련된 당사자들이 해법 찾기를 조금 게을리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우선 일터에서 임금 체불은 가장 악질적인 범죄라는 것을 모두가 명심할 필요가 있다. CF 출연 등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이는 극소수 톱스타를 제외한 대부분에게 출연료는 유일한 호구지책이다. 외주 제작사(자)가 배우에게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떼먹고 생존권을 위협하면 강력한 법적 처벌 혹은 방송계의 제재를 받는다는 전례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장 시급하다. ‘우리는 외주 제작사한테 돈을 줬으므로 상관할 바 아니다’는 수수방관 식의 태도를 버리고, 제작비를 현실화하는 동시에 체불 전력이 수차례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작품 기획안이 그럴싸해 보여도 편성을 허락하지 않는 방법으로 확실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
더불어 외주 제작사들과 배우들은 과다하게 부풀려진 현재의 제작비와 몸값에서 거품을 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양과 자존심만 괜히 중시하다가는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다. 드라마 시청이 유일한 소일거리나 다름없는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자기들끼리의 돈 문제로 드라마를 뺏는 행위가 저질러진다면 누구 하나 용서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