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자장면값이다. 요즘 서울 변두리 중국집 자장면값이 대개 한 그릇에 5000원 정도라면, 이는 1975년(140원)과 비교해 35배나 오른 가격이다.
서울시내 버스값은 75년 34원이었는데 지금은 900원으로 26배 상승했다. 애주가·애연가들의 생필품인 소주값(120원→1000원)과 담뱃값(200원→2500원)은 같은 기간 각각 8배, 12배 정도 올라 자장면값 상승 폭보다는 훨씬 낮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 폭은 8배 정도였다.
3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145년과 비교하면 세월과 함께 물가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볼 수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버스값 상승 폭은 무려 500만 배, 쇠고기값은 192만 배, 쌀은 55만 배, 금은 13만 배나 뛰었다.
우리나라 물가는 해방후 경제개발 시기 직전(165년)까지 연평균 50%대의 ‘살인적’ 상승률을 기록했다. 66년부터 10여 년간 10%대로 크게 낮아졌다가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다시 30%까지 치솟았다.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10% 아래로 떨어졌고 90년대 후반부터는 연평균 5%대를 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더욱 낮아져서 거의 매년 2∼3%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주로 값싼 중국산 농산물·공산품 등이 수입되면서 전체 물가상승을 억제한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소비자물가는 2%대 중반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8월에도 2.6%에 머물렀다. 정부와 물가당국인 한은은 ‘안정된’ 범위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소비자물가가 아닌 ‘장바구니 물가’는 전혀 다르다. 채소·과일·생선 등 이른바 신선식품물가는 평균 20% 급등했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무·마늘·배추는 8월 상승률이 무려 126%, 85%, 36%다. 국내 식품물가상승 속도는 지난 7월 기준으로 OECD 30여개 나라 가운데 두번째로 높을 정도로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정부와 물가당국이 강조하는 ‘안정된 2%대’ 물가가 서민들에게는 자꾸 공허한 숫자로 느껴지는 이유다.
/정치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