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설문조사는 미국인 18%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무슬림’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오바마가 무슬림에게 뉴욕에 사원을 건립할 권리가 있다고 발언한 것에 힘입은 듯하다.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나라에서 사원 건립은 종교인의 권리에 속한다. 몰몬교 비판자들도 크리스털로 지은 몰몬교 교회를 관광한다. 불교도가 아니어도 도심 한복판의 신비로운 절을 명소로 꼽는다. 그런데 왜 국민의 기본 권리를 확인한 발언이 그가 곧 무슬림인 것으로 해석되고 믿어지는 것일까.
미시간 주립대 심리학과 스피 코스로프 교수는 “진실과 무관하게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어하는 단순한 무지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코스로프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가 자신과 인종이나 사회적 지위, 가치관이 다르다고 생각될 때 사람들은 거짓된 정보를 믿게 된다고 한다. 대개 이런 정보는 무책임한 대중 미디어를 통해 확대되는데, 그런 정보를 흘리는 미디어 스스로가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코스로프 교수의 연구는 2008년 대통령 선거 전후에 대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는데, 당시 매케인을 지지하던 대학생들 중 56%는 “오바마가 무슬림일 가능성이 크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자신의 인종을 밝히는 항목을 추가해 질문하니 77%로 껑충 뛰었다. 이질감이 자극될 때 차별이 선명해지는 효과다.
극렬 오바마 반대자들에게 오바마 스스로 무슬림임을 밝히는 것은 차라리 염원일 것이다. 오바마의 출생증명서가 가짜였고 그래서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므로 대통령 자격도 당연히 박탈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던 것과 동일선상에 있음은 물론이다.
극렬 반대자가 아닌 사람들도 오바마의 정책 중 어느 하나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면 이런 거짓에 쉽게 휘둘린다는 것이 이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단면이다.
오바마에게 사회주의자 딱지, 나치 완장도 모자라 무슬림 터번까지 챙겨주는 이 집단 분풀이는 분명 폭력이다. 민주주의 훈련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들에게 ‘차이와 공존’은 이상일 뿐이다. 그들에게 손쉬운 선택은 ‘나와 다른 사람은 적’으로 만드는 것인데, 아이러니는 그들이 이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벌인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자신을 둘러싼 무슬림 논란에 신경 쓰지 않겠단다. 참 잘한 결정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