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한국을 찾았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떠올려보자. 그녀는 2박3일의 체류 일정 동안 파스텔톤 정장 차림에 단아한 모자를 쓰고, 왼팔에 핸드백을 걸고 있는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외신에 등장하던 예의 그 차림새였지만, 그녀가 들고 있던 핸드백에는 우리가 몰랐던 비밀이 숨어 있다.
여왕의 왼손에 들린 핸드백은 사실 비서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암호다. 핸드백이 여왕의 왼손 혹은 왼팔에 있다는 것은 “아무 이상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여왕은 편안함을 느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만약 여왕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때는 핸드백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우선 가벼운 신호로 왼손에 있던 핸드백을 오른손에 옮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이제 다른 곳으로 갈 시간’이라는 뜻이다.
여왕이 핸드백을 탁자 위에 올려 놓는 것은 별로 좋은 뜻이 아니라고 한다. ‘5분 내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은 여왕이 핸드백을 자신의 왼쪽 바닥에 내려놓은 경우다. 이는 ‘구해달라’는 긴급 SOS 신호다.
감히 영국의 자존심이자 왕실의 아이콘인 여왕을 위기 상황에 몰아넣은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공개된 적이 없다. 아마도 되레 그 사람의 목숨이 위기 상황에 몰릴 위험 때문이리라.
여왕의 안전과도 관계 있는 이 핸드백은 어느 브랜드 제품일까?
엘리자베스 여왕은 검소한 생활로 영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며, 애국심이 곧 직업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인물이다. ‘더 퀸’이라는 영화에서 영국 여배우 헬렌 미렌이 연기한 엘리자베스 2세의 검소한 생활 모습은 그녀의 실제 생활과 거의 흡사하다고 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여왕은 공주 신분임에도 군수용 트럭 정비사로 일하며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그녀가 들고 있는 핸드백은 당연히 ‘Made in U.K’이며 브랜드는 ‘로너(Launer)’다.
한국에는 아직 정식 진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로너백은 왕실로부터 엘리자베스 여왕의 가방을 만들도록 ‘Royal Warrant’를 받았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여왕이 공장을 방문한 사진도 실려 있다.
가격은 얼마나 할까? 검소한 여왕의 핸드백답게 다른 명품들에 비하면 비교적 서민적(?)이다. 송아지 가죽과 스웨이드로 만든 ‘여왕 스타일’의 핸드백들은 1000달러 정도로 책정돼 있다.
그렇다면 ‘여왕의 핸드백’으로 불리는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아마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영국 여왕이 ‘해외 명품백’을 들고 공식석상에 나타난다는 것은 대영제국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