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을 수입 식품들이 차지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명태와 조기는 일본과 중국에서, 갈치는 세네갈과 파키스탄 및 인도네시아에서, 멸치는 베트남과 태국에서 주로 들어오고 있다. 직장인들이 술자리 안주로 즐겨 찾는 삼겹살은 칠레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수입된다. 고춧가루, 마늘, 양파 같은 양념류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이 소비에 미치지 못할뿐더러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식품류의 국제가격이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수출국의 경제 상황과 재고량, 수송 여건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밀의 국제시장이 요동치면서 조만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이러한 가격 움직임에 따라 우리 식탁이 푸짐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빈약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입맛이 어느새 수입식품에 길들여진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지난 몇 주 사이에는 채소류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서민들로 하여금 울상 짓게 만들고 있다. 무가 지난해 같은 무렵보다 2배로 뛰어올랐으며 마늘, 배추도 큰 폭으로 올랐다. 고깃집에 가서 상추 한 잎 더 달라는 소리를 차마 꺼내지 못할 정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식탁에 오르는 채소, 과일, 어물 등은 20% 안팎의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들어 반복된 폭염과 소나기에 ‘곤파스’ 태풍 피해까지 겹쳐 상황이 심각해진 탓이다.
정부가 물가대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문제가 쉽게 잡힐는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대통령도 며칠 전 추석물가 점검차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상인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인들의 마음속에는 미처 건의하지 못한 여러 하소연이 있었을 것이다.
시장 여건 악화와 늘어나는 가계빚, 그리고 자녀들의 취직난 등등.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민족의 명절을 앞두고 서민들의 시름은 왜 이리 깊어만 가는 것인지…. 당장은 추석 차례상을 어떻게 차릴 것인지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