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될 영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그대 웃어요’의 인기로 톱스타 대열에 갓 진입한 이민정(28)의 첫 주연작이다. 본인의 말대로라면 “사람들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졌다고 얘기하지만, 그동안 연극과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수차례 오디션에서 낙방하는 등 나름대로 고생하며 이뤄낸 결실”이다. 여배우치고 다소 늦은 나이인 20대 중반에 출발했지만,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정상을 향해 진격 중인 그와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애 ‘꽤’ 해 본 여자?
이민정이 ‘시라노…’에서 연기한 희중은 옛 남자 병훈(엄태웅)과 새로운 남자 상용(최다니엘)을 두고 누구를 고를지 갈등한다. 이별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지만, 의뭉스러워 보이는 외면과 달리 내면은 뜨겁다. 몇 번의 연애와 헤어짐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연령대와 맞아서, 아니면 한 번쯤은 비슷한 상황을 겪어봐서였을까? 촬영장에서 연출자인 김현석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극 중 희중은 공감이 가는 구석이 많은 데다, 내 나이의 여자로 주장할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연출자와 여러 번 의견을 교환한 끝에 만들어낸 대목은 재회한 병훈과 희중의 키스신이었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술을 마시고 격정적으로 입맞춤한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반대했다. 자칫 애틋한 감정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까지 영화에 출연하면서 제 의견을 반영시켜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역량이 부족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감독님과 출연진 모두가 속내를 털어놓고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 갔답니다.”
)알다가도 모를 여자!
부잣집 딸로 철이 없거나, 다소곳하고 여성스러운 캐릭터만 주로 연기했다. 앞으로는 감정이 됐든, 몸이 됐든 뭔가를 확실하게 소진하는 인물로 변신하고 싶다.
겉보기와 달리 의외로 운동 감각이 있는 편이다. 과격한 액션영화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이유다. 어렸을 적 오빠를 따라다니며 농구와 야구를 익힌 덕분에 구기 종목이라면 뭐든지 자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디 알렌의 코미디 영화 혹은 ‘비포 선라이즈’처럼 말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영화도 좋다.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한 취향이다.
“조금씩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요. 굳이 따지자면 배우 인생의 3분의 1 지점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저 친구가 나온 영화는 은근히 감동이 있고, 은근히 재미있어’란 말을 듣고 싶어요. 작품 속 캐릭터와 제 성향이 반드시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시라노…’의 희중은 저와 비슷해서인지 애착이 간답니다.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