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을 맞아 보수파가 또 한번 호시절을 만났다.
플로리다의 한 목사가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선언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위험에 빠진 미국’ 이라는 DVD에 자신의 세 번째 부인과 함께 출연해 9·11로 시작된 테러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또 오바마가 오히려 백인을 인종차별한다며 비난한 일화로 유명한 보수언론인 글렌 벡은 세라 페일린과 함께 알래스카에서 최저 75달러, 최고 225달러의 입장료를 받고 9·11 기념행사를 치루었다.
페일린은 자신의 블로그에 “애국자들이 9·11을 추모하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며 “알래스카인들과 타주 사람들이 이날 반드시 만나서 인사하자”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 DVD나 이벤트를 통해 얻은 수익금이 어디에 쓰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작 9·11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9·11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의료보조비와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7월 하원에 상정되었을 때 공화당 의원의 절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반대 155·찬성 12)이 그 가능성을 일축해버리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부터 압도적인 찬성표(반대 4·찬성 243)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결’로 진행되는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이 법안은 부결됐다.
그라운드제로에서 일하던 소방대원, 경찰관,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은 지난 9년 동안 무역센터 화재로 발생한 독성물질과 먼지로 인해 심각한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왔다. 의료보험 적용이 까다로워 치료비 부담을 떠안아야 했던 피해자들은 여러 해 동안 정부의 보조를 희망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법안 상정을 모색해왔는데 9·11로 가장 많은 정치적인 이익을 얻었던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그리운드제로에서 일하다 병을 얻어 결국 사망한 경찰관의 이름을 따서 지은 ‘제임스 자드로가 9·11 의료보상법’은 7억4000만 달러의 재정으로 피해자들의 치료비와 9·11의 희생자들이 입은 경제적인 손실에 대한 보상금으로 쓰여지도록 구상되었다. 오바마는 이미 이 법안에 사인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 법안이 이달 다시 상정된다. 이번에는 과반수를 넘기면 통과되는 ‘단순 다수결’로 투표를 치를 것이라 하니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의 치료비에는 인색한 보수파들이 비싼 입장권을 사들고 모여든 알래스카의 기념식에서 그들은 정작 누구를 추모하고 걱정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