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에 사활을 걸어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가 이제 고속전기차를 놓고 격돌한다. 차세대 육성 모델이 엔진 ‘크기’에서 엔진의 ‘유무’로 바뀐 셈이다.
현대차는 최근 소형차 ‘i10’ 기반의 고속전기차 ‘블루온’을 공개했다. 올해 30대로 시범운행을 시작한 뒤 내년부터 양산 채비를 갖추고 2012년까지 25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블루온’은 현대차가 40여 개의 중소기업과 손을 잡고 완성한 대-중기 상생 모델이다. 다만 양산형 모델은 기아차가 내년에 출시할 소형 박스카인 ‘UA’(프로젝트명)에 전기차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블루온의 모체인 ‘i10’은 인도에서 생산되는 전략 모델인 만큼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국내에 i10 전용 라인을 별도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UA 기반 고속전기차는 시속 130㎞의 최고속력과 충전에 걸리는 시간 등이 블루온과 동일하다. 다만 차체가 블루온보다 무거워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블루온보다 20㎞ 짧은 120㎞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쌍용 등도 전기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미 양산형 모델을 시판 중이다. 대표 주자는 미쓰비시의 ‘아이미브’다.
국산 전기차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안전성과 주행능력이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후지중공업의 ‘스테라’, 닛산의 ‘리프’도 곧 주인을 만날 예정이며 도요타와 혼다 역시 전기차 생산에 착수했다.
다만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상품성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월 2만원이 안 되는 유지비는 최대의 미덕이지만 여전히 시속은 최대 130km에 불과하며 주행 거리는 140km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1회 충전에 최대 8시간이 걸린다.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차값도 4000만∼5000만원에 이른다.
결국 2차전지의 성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는 자동차 업체가 전지 업체와 함께 호흡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