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소신을 말할 땐 거침없고 근거로 드는 수치는 정확했다. 하지만 개인을 표현하는 법엔 서툴렀다. 가족 이야기엔 턱을 괴고 한참을 생각했다.
첫 일정이었던 방송사에서 해준 눈 화장이 어색하다며 미소 짓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폐지 법안은 통과될 것 같나?”는 첫 질문을 던졌다.
굽힐 줄 모르는 여느 정치인과 달리 이 대표는 “죄송하다”고 반성문까지 쓰며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집권당 사무총장인 원희룡 의원이 공감하고 있으니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강한 여론의 물결을 국회의원이 민감하게 느끼도록 지켜봐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의 지적은 날카롭게 찌르면서도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공정 사회’를 주창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나 ‘친서민’이란 용어에 100% 동의한다”고 부드럽게 받았다. 송곳은 그 다음부터다.
“대통령의 공정 사회는 정부가 기회를 균등하게 해주겠지만 결과는 개인이 책임지라는 식이에요. 새벽 지하철이나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 대부분이 최저임금 시급 4320원(2011년 기준)보다 10원, 20원 더 받죠. 결과를 책임지라고 하려면 최저임금이 적어도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힘들다가도 가끔 삼겹살 한 번 먹으러 갈 수 있는 정도는 돼야죠. 공정한 사회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강한 모습의 이 대표도 턱을 괴고 한참을 생각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가족. 오전 7시에 출근해 보통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국회의원 배지를 단 날부터 이어지다보니 명절을 오롯이 가족과 보내본 적이 없단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인 두 아들은 친척이나 선생님 등 주변 분이 잘 챙겨주셔서 덜 외로워하면서 지내요. 오히려 큰아들은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은 왜 안 만드느냐며 채근하죠. 남편은 글쎄요,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죠.(웃음)”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일한다”는 이 대표는 곧 다가올 한가위도 길에서 보낼 모양이다. 최근 19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출마 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30년 동안 태어나 자라고, 민노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기에 기득권을 벗어던지고 출사표를 던진 그는 “올해부터는 명절에 관악구 주민께 인사드리는 일정이 더해질 것 같다”고 말한다.
바쁜 일정이지만 이 대표에게도 한 가지 꿈이 있다. “점점 이루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힘들게 밝힌 소망은 입양이다. 입양아를 키우는 분들을 존경한다는 그는 귀한 일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한다.
팬이 붙여준 ‘내 마음 같은 그녀’라는 별칭을 가장 좋아하고 “단단한 진보의 뿌리를 내려 실패하지 않는 민주주의, 무너지지 않는 인권, 후퇴하지 않는 남북관계를 만든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여의도 워커홀릭이 언제쯤 꿈을 이룰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