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은 “요즘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일본팬들이 꽤 많아졌다”고 말했다. ‘해운대’에 이어 ‘퀵’까지 두 편 연속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민기 덕분이란다. 후배의 일본 내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덩달아 자신까지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참에 일본 팬클럽을 결성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팬클럽 결성식에 많이와 봤자 세 명이나 오면 다행일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해운대’로 얼굴을 널리 알린 개성파 연기자 김인권(32)이 드디어 주연을 꿰찼다. 30일 개봉 예정인 ‘방가?방가!’(육상효 감독)에서다. 그러나 첫 주연의 설렘 또는 자부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겸손 모드’다. “찾아주시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주인공이라니 가당치도 않다”며 손사래를 친다. 한국 영화계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음에도, 욕심 대신 자신을 되돌아보는 습관이 몸에 밴 듯하다.
)최강백수 해프닝 ‘뭉클’
지난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전문직 엘리트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그럴싸해 보인다”고 농담을 던졌더니, 이내 “실은 불편해 죽겠다. 이럴 때나 한 번 입어보는 것”이라며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본인의 이실직고처럼(?) 역시나 사회적 약자의 옷이 어울린다. ‘방가……’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취업난에 허덕이다 못해 동남아 이주 노동자로 변신하는 ‘최강 백수’ 방태식으로,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기상천외한 해프닝을 일으킨다. 얼핏 내용만 봐서는 동남아인을 비하하는 줄거리 같다. 외국인 노동자를 희화화하는 대목이 꽤 많아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던 ‘스크린의 블랑카’는 아닐까, 약간 우려스럽다. 이 같은 걱정에 김인권은 “비슷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다뤘지만 ‘반두비’나 ‘로니를 찾아서’ 등과 달리 코미디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했다”며 “그들을 보며 정신없이 웃다 보면 어느새 왜 웃고 있는지 부끄러워질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해운대’ 이후 외모 자신감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자인 육상효 감독의 입을 통해 폭로됐던 것처럼, 한때 코 성형수술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만큼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던 그다. “한마디로 못생겼기 때문이다.(웃음) 배우라면 당연히 관객에게 얼굴로 대리 만족을 심어주고 신뢰감을 드려야 하는데, 이 얼굴로는 정말 어렵겠다는 자괴감에 한동안 빠져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해운대’의 성공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처럼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외모의 배우들이 선사할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나름대로의 진리를 깨우쳤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년 설 개봉 예정인 새 영화 ‘퀵’에 출연 중이다. 폭발물 배달에 우연히 연루된 이민기와 강예원을 집요하게 뒤쫓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건지는 게 없는 어리숙한 경찰로 나온다.
다음달부터는 강제규 감독이 연출하고 톱스타 장동건이 주연하는 ‘마이웨이’에 합류한다. 장동건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순박한 시골 청년 역이다. “잘생긴 배우는 더욱 띄워주고, 외모가 조금 떨어지는 배우는 안심시켜주는 게 이번에도 내 몫”이라며 킥킥대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