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불과 일주일 남긴 15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 선물 배송부서.
“OOO님 되시죠. OO업체에서 선물 의뢰를 하셔서 주소 확인차 전화드렸습니다.”(백화점 직원)
“보내는 물건이 어떤 것인가요.”(고객)
“갈비세트입니다.”(백화점 직원)
“그럼 안 받습니다. 수취 거부로 처리해 돌려보내 주세요.”(고객)
최근 사회 전반으로 추석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광경이 자주 벌어진다고 한다. 이 백화점에서만 하루 수십 건의 수취 거부 요청이 있다는 설명. 선물배송 주소 확인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경표(26)씨는 “주로 국장, 사무관 등 공직에서는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분들이 수취 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딸 특혜 등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 불감증이 온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서 전국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 공공기관들이 일제히 직원 단속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최근 10개 구·군에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추석 명절 앞두고 선물 안 주고 안 받기’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부평구의 경우 ‘추석 명절, 주고받는 것은 마음으로 충분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울산시 울주군도 700여 명에 이르는 전 직원에게 추석과 관련한 청렴서한문을 보냈다.
아예 단속 강화에 나서는 곳도 있다.
경상남도는 최근 여성감사관(4급)을 포함한 도청 직원 28명으로 특별 감찰반을 편성, 감찰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주된 점검 사항은 금품 수수와 향응 접대, 기업·업소의 불필요한 출장, 상하급 기관 간·직원 간 선물 주고받기 등이다.
부산시, 대전시, 경기도, 제주도 등 대부분의 자치단체도 추석 전후를 시기로 정해 인허가 부서를 중심으로 집중 감찰에 ‘올인’하고 있다.
교육기관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교육청은 추석 명절 공직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복무감사를 실시하고 대전시교육청은 전 직원과 학부모, 업체 관계자 등에게 부패 방지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내용으로 신고 연락처까지 적힌 서한을 발송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최근 청사에 업자 출입을 아예 금지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이에 대해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국정지표로 내걸면서 일제히 긴장 모드로 바뀌었다”며 “혹시 추석 선물 관련 휴대전화를 받다가 감찰이라도 당할까봐 아예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