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중인지, 아니면 다가올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영양소를 저장하려고 하는지 자꾸만 식욕이 당긴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나서도 금세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난다. 노출의 계절도 이제 지나갔으니 오늘 하루만큼은 다이어트 걱정은 접어두고 우아하게 디저트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여왕의 디저트로 유명한 기욤의 ‘밀페이 로열’이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핑크빛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기욤은 다소 팬시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숙련된 프랑스 제빵사가 빵을 굽는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다. 자연발효 빵을 비롯해 모든 메뉴에 사용되는 재료는 유기농만을 고집한다. 기욤의 보물 제1호는 ‘화덕’이다. 장작으로 불을 피운 화덕은 일반 전기오븐으로는 불가능한 고열을 뿜어내기 때문에 반죽을 넣으면 크러스트가 순식간에 구워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이 완성된다. 화덕을 사용하는 일은 고난이도의 숙련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30년 경력을 지닌 프랑스 제빵사가 전담하고 있다고.
프랑스 전통 빵을 알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기욤은 최근 스타 파티시에 ‘에릭 오세르’를 영입해 프랑스 정통 디저트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에릭 오세르는 프랑스 유명 호텔에서 디저트 총책임자로 근무하며 두 차례에 걸쳐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실력파다.
에릭 오세르가 선보이는 디저트 라인 중 꼭 맛볼 만한 것은 단연 밀페이 로열이다. G7 정상회담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저트로 유명하다. 밀페이는 프랑스어로 ‘1000겹’이라는 의미다. 여러 겹의 얇은 파이 사이에 부드러운 산딸기 크림과 초콜릿 크림을 넣은 밀페이 로열은 파이의 바삭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윤희상(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