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가 세계로 뻗어 가고 있다. ‘망가 왕국’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서 만화로 또 다른 한류 열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최근 일본의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궁’을 비롯한 한국 만화의 높아진 대외 위상을 심층 분석해 보도했다.
박소희 원작의 ‘궁’은 2006년 윤은혜·주지훈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으며, 동방신기·유노윤호 주연의 뮤지컬로도 제작돼 이달 초부터 국내에서 공연 중이다.
아사히 신문은 “현대 한국에 왕실이 존속한다는 기발한 설정에 바탕을 둔 ‘궁’은 ‘라브쿈 ∼ LOVE in 景福宮’이란 제목으로 4년전 일본에서 처음 출간돼 이제까지 모두 100만 부를 팔았을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11개국에서 번역 출판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만화의 출발은 신문 삽화로 이미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재팬 엑스포’에도 부스를 설치하는 등 정부와 출판업계 모두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극진 원작의 코믹 무협물 ‘열혈강호’는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 작품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김남길이 비담 캐릭터를 위해 만화 주인공을 역할 모델로 삼아 또 한번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서구권서 영화 드라마화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은 일본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전 세계 대중문화의 ‘용광로’인 미국에서도 점차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형민우 원작의 고딕 호러만화 ‘프리스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내년 봄 개봉될 예정이다. 사제가 뱀파이어 무리와 혈전을 벌인다는 줄거리로, ‘윔블던’과 ‘다빈치 코드’를 통해 얼굴을 알린 개성파 영국배우 폴 베타니가 주인공을 맡았다. 지난 7월 미국 샌디에이고주에서 열린 ‘코믹콘2010’에서 예고편이 공개돼 액션 마니아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 ‘한국만화연감 2009’에 따르면 임달영 글·박성우 그림의 ‘흑신’이 지난해 1월부터 일본과 미국에서 TV 시리즈로 방영을 시작했고,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만화가 박흥용이 프랑스의 델쿠르 출판사와 손잡고 공동 작업에 돌입하는 등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영화·노래의 인기와 더불어 만화까지,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궁’을 출간한 서울문화사의 류재옥 저작권 사업국장은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시장이 작아 수출 없이는 힘들기에 유럽과 미국, 일본을 상대로 저작권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우선 만화를 연재하는 국내 매체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 대중적인 검증을 통과해야만 해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또 낮은 작화료 등 열악한 창작 환경이 개선돼 작가들이 풍부한 사전조사를 거쳐 내용과 표현의 디테일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