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아끼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얀센스(35·신성호). 부산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만에 벨기에로 입양됐다. 2006년 뿌리를 찾기 위해 처음 방한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사연이 알려졌다. 한국과 벨기에를 오가며 살아온 지 4년째. 유창한 영어에 서툰 한국어 몇 마디를 섞어 가며 올해 추석 계획을 열심히 설명했다.
“유럽에서 친분을 쌓은 한국인 의사 가족이 대전에 살고 있어요. 또 저의 한국어 통역이자 매니저의 집도 대전이고요. 1주일 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지인들과 재밌게 지낼 겁니다. 크리스마스는 양부모님과 보내야죠.”
그늘은커녕 열정과 유머 감각이 반짝였다. 모국에 처음 왔을 때 도시의 에너지는 인상적이었고, 사람들은 ‘나이스’했다. 요즘은 서울살이가 전쟁과 같음을 느낀다. 웃으며 등에 칼을 꽂으려 드는 사람들도 눈에 밟힌다.
“전 세계적으로 살아가기가 힘드니까 이해돼요. 여전히 제게 한국인은 정 많고, 깊이 있고, 로맨틱한 사람들이에요. 용기와 도전정신도 대단하죠. 어떨 때는 미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웃음) 제 기질도 전형적인 코리안이에요.”
해외 체류 시 그의 한국 사랑은 대단하다. 현지 연주자들에게 “최고 아티스트라면 한국 공연은 필수”라고 설득, 내한공연을 쏠쏠히 유치했다. 내년 3월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신보 발매 기념 공연도 이런 홍보활동의 산물이다. 무대에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딸인 비올리스트 리다 챈,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에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로렌조 가토가 그와 함께 앙상블을 빚어낸다.
이젠 모국관객위해 연주
브뤼셀 인근 시골마을에서 자라던 8세 아이는 피아노를 원했다. 양아버지 피에르와 어머니 이베트는 대신 클래식 기타를 사줬다. 14세에 영 탤런트 콩쿠르 1위에 입상했고, 2004년 유럽콘서트홀협회로부터 ‘라이징 스타’로 선정돼 이듬해 뉴욕 카네기홀 데뷔 무대를 가졌다.
“양부모님이 진심으로 사랑을 베풀었기에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입양아로서 정체성에 대한 갈등 역시 별반 크지 않았죠. 여자, 경상도(혹은 전라도) 사람, 소수자 등 정체성은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가 아닐까요.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틀려지는 거니까 한 측면으로만 볼 필요가 없죠.”
드니 성호는 다음달 14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캐나다 현악4중주단 알칸 콰르텟과 리사이틀을 한다. 그가 좋아하는 정열과 깊이, 생동감 있는 음악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음악은 현실의 고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죠. 연주할 때 가장 자유스러워요.”
이제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국 관객을 위해 연주한다는 그는 “아임 크로스오버(I’m cross-over)”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렸다. 고전과 현대, 클래식과 팝, 애잔한 서정과 드라마틱한 열정을 토해내는 6현의 기타는 그와 퍽이나 닮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