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나 송어는 바다를 떠돌다가 산란 때가 되면 자기가 처음 부화된 강의 상류로 거슬러 회귀한다. 알에서 갓 깨어날 당시 입력된 냄새의 기억 덕분이다. 제비, 비둘기 등의 새떼나 꿀벌도 거처를 정확히 찾아간다. 곳곳에 오줌을 뿌려 거기에 포함된 페로몬 성분으로 영역 표시와 함께 집을 찾아가는 이정표로 삼는 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귀소 본능’이다.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습득되거나 학습에 의해 길러진다.
해마다 추석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우리 민족의 귀성행렬도 이런 귀소 본능에 비유할 수 있다. 아무리 교통이 불편한 도서벽지라 할지라도 기차와 고속버스, 노선버스 및 여객선을 몇 번씩 갈아타고라도 가야만 하는 것이 오랜 생활 속의 관습이다. 비록 없는 살림일망정 선물꾸러미도 넉넉히 챙겨야 한다. 내가 태어나 자라난 바닥이며, 철부지 자식들을 키우려고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우리 부모님이 지내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흩어졌던 식구들이 모이는 추수감사절이 있지만, 이런 관습은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유별나다. 전통을 중시하고 조상을 숭배하는 유교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그러나 춘절(설날)에는 보름씩이나 가게 문을 걸어 닫고 귀성전쟁을 벌이는 중국에 있어서도 추석은 그렇게 떠들썩하지 않다. 휴일로 지정되지도 않아 정상 근무한다. 따라서 그냥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월병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정도다. 일본도 ‘오봉’(양력 8월 15일) 명절에 조상의 묘를 찾아 참배하지만 우리만큼은 아닌 것 같다.
올해도 벌써 추석 귀성 행렬이 시작됐다. 이번 연휴 기간 중 무려 5000만 명(연인원) 가까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니, 가히 ‘민족의 대이동’이라 부를 만하다. 당국이 교통특별대책을 세우고 열차운행을 늘린다지만 전국적으로 혼잡을 빚을 게 틀림없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귀성객 1인당 간단히 10만원씩 들어간다고 어림잡아도 5조원 안팎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랴. 연어는 온갖 험난을 무릅쓰면서 강줄기를 거슬러 알을 낳고 마지막 눈을 감기 위한 안식처를 찾아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