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세금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이 늘지 않아, 가계소득 가운데 세금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 이자 비용 같은 비(非)소비지출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농어가 제외)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60%였다. 이는 월 100만원을 벌어 19만원 정도를 비소비지출에 사용했다는 의미다.

소득 대비 비소비지출이 18%대로 올라선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2분기 비소비지출이 월평균 66만539원으로 11.5% 늘면서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7.7%)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비소비 지출은 소득세와 재산세, 자동차세 등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 등 경직성 비용 항목을 말한다. 월급에서 자동 공제되는 항목이 대부분이어서 가계가 스스로 줄이거나 늘리기 힘든 지출이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날수록 처분가능소득은 줄면서 살림살이는 빠듯해진다.

항목별로 보면 근로소득세와 재산세, 자동차세 등 경상조세는 작년 2분기(8만1918원)보다 15.0% 증가한 9만4242원이었다. 2분기에 9만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지출은 9만5525원으로 작년 2분기(8만5102원)보다 12.2%,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 지출은 9만3528원으로 작년 2분기(8만4077원)보다 11.2%가 각각 증가했다. 주택자금 대출에 따른 이자가 대부분인 이자비용 지출은 7만7522원으로 작년 2분기(6만5932원)보다 17.6%나 늘었다.

소득5분위별로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소비 지출 비중은 2분위(17.63%), 4분위(18.43%), 5분위(19.22%)에서 모두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분위별로 증가 폭이 큰 항목을 보면 최하위층인 1, 2분위의 경상조세가 각각 47.5%, 39.1%나 늘었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경상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분위(1.34%)와 2분위(1.55%)에서 역대 2분기 중에서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