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자활을 위한 잡지 ‘빅이슈 코리아’가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9일 한국청년연합이 선정한 ‘한국청년상’ 특별상을 받은 데 이어 16∼2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빅판(빅이슈 코리아 판매원) 7명이 첫 출전했다. 3호째인 9월호를 가슴에 품은 구현지(36) 편집장이 사무실이 있는 영등포 청과물시장 한복판에 섰다. 허름한 골목에는 농익은 과일 향이 가득 차 있었다.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빅이슈’는 노숙인이 직접 잡지를 판매,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전 세계 38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2008년 10월 한국에도 ‘빅이슈’가 만들어지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음 카페를 개설했고, 홈리스 지원단체 ‘거리의 천사들’이 자금을 지원해 올해 7월 창간이 이뤄졌다.
“빅판이 15명에서 22명으로 늘었어요. 처음엔 복잡한 개인사를 가진 노숙인들이 대중 앞에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 했는데 이제는 안정감을 갖고 근무하고 있죠. 연대·홍대·이대 등에서는 지역 명물이 되셨고요. 올해 안에 50명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예요.”
빅판들은 판매만이 아니라 재능 기부에도 동참한다. IMF로 파산한 전직 경영인 빅판은 잡지 속 ‘스트리트 상담실’을 통해 독자 고민을 상담하고, 이민 1.5세대 출신 노숙인은 생활영어를 만화로 연재하는 ‘스트리트 잉글리시’를 게재하고 있다.
편집팀은 8명에 불과하다. 해외통신·칼럼·사진·디자인 등 매호 콘텐츠 가운데 3분의 1은 재능 기부자들에 의해 채워진다. 발행 3일 만에 3500부가 팔려나간 9월호 표지모델은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디캐프리오는 전 세계 ‘빅이슈’에 자신의 얼굴을 써도 좋다며 초상권을 기부했다.
“최근 윤리적 소비를 멋진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져 저희 잡지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어요. 해외와 달리 아직까지 노숙자 지원 인식이 부족해 유명 인사 참여가 부족한 면은 아쉽죠. 하지만 전망은 밝다고 봐요. 기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단지 돈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기회를 목말라 했을 뿐이지.”
구 편집장은 대학 졸업 후 패션지·육아잡지를 전전하며 잡지쟁이로 살아왔다. 그러다 특이한 형식과 판매망을 갖춘 ‘착한’ 잡지에 호기심을 느껴 카페에 가입한 뒤 편집장까지 흘러오게 됐다.
“고급 취향과 독특한 인디 취향의 간극이 점점 좁혀지고, 두 가지를 매치하는 게 오히려 쿨하게 여겨지는 추세잖아요. 기부나 착한 마음을 드러내는 게 점차 일상을 파고 들고 있고요.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도 무거운 사회 이슈가 아니라 생활밀착형 ‘믹스&매치’ ‘기부’ ‘대중문화’예요.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사회를 행복하게 할 거라고 낙관합니다.”
인터뷰를 끝내며 그는 “메트로신문은 빅판을 비롯한 우리 식구들이 가장 즐겨보는 매체”라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