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가 TV 드라마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의 전유물이었던 드라마 PPL(Product Placement:간접 광고) 시장을 토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국산 차의 위상과 상품성, 대중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29일 첫 전파를 타는 ‘도망자 플랜 비’에는 최근 인기몰이 중인 현대차의 신형 아반떼, 쏘나타, 제네시스, 싼타페 등이 등장한다. 주인공 비를 비롯해 이나영·다니엘 헤니 등이 현대차의 인기 차종을 몰고 다닐 예정이다.
특히 12월 출시 예정인 그랜저 후속 모델(HG)이 이 드라마를 통해 사실상 최초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끈다. 그랜저는 국내 준대형 세단의 간판으로 기아차 ‘K7’의 독주를 막아낼 대항마로 평가받고 있다.
기아차의 준중형 ‘포르테 GDI’는 12월 방영 예정인 ‘아테나-전쟁의 여신’에 모습을 드러낸다. 쿱, 세단, 해치백 등 포르테의 라인업이 총출동한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수애는 해치백을 사용할 계획이다.
국산 전기차도 이례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한다. AD모터스의 ‘체인지’는 27일 첫 방송하는 ‘닥터챔프’에서 타이틀롤 김소연·엄태웅의 애마로 등장한다. 전기차가 주목받으면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차종이 바뀐 흥미로운 사례다.
하지만 국산 차 드라마 PPL이 대작에 치중된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품성 등 드라마 자체의 퀄리티보다는 톱스타의 출연 여부에 따라 PPL 규모가 결정된다는 지적이다.
‘도망자 플랜 비’의 경우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가수 비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한 회사의 거의 모든 차종이 동일한 드라마에 대거 등장하는 이유가 쉽게 설명된다. 드라마가 국내에서 성공한 뒤 해외에 수출되면 직접 광고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아이리스’에 신차 발표회도 거치지 않은 ‘K7’이 등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아이리스’의 주연은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이병헌이다. 이 드라마는 현재 북미 NBC 방영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대박’을 예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