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은 날이 갈수록 새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연극무대가 펼치지는 42번 극장가는 전보다 훨씬 더 활력이 넘쳤고 길게 펼쳐진 브로드웨이 식당가는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고 있었다. 세계 제1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복잡하고 더럽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암울한 모습도 숨길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맨해튼은 몇 년 사이에 분명 변했다. 20년이 넘게 살았던 곳인데, 이런 변모는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여름이 끝나가는 지점에 아주 짧게 일정을 잡고 체류한 맨해튼의 날씨는 평화로웠다. 더위는 물러가고 비도 그친 하늘은 한 폭의 투명한 수채화였고 리버사이드 파크는 푸르고 맑은 숲의 원시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와는 또 다른 풍치였고,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신의 예술이었다.
브로드웨이 100번가 근처에 있는 웨스트 사이드 마켓에 들어서면 온갖 종류의 치즈가 풍성하고 야채와 과일은 신선하기 짝이 없다. 와인과 치즈를 좋아한다면 이 마켓이 환상일 것이다.
다운타운의 메이시 백화점 앞쪽 길은 차의 통행을 막아놓았다. 대신 테이블과 의자가 그득 놓인 채 사람들은 한담과 식사를 즐긴다. 유럽 어느 작은 도시의 길거리 풍경을 옮겨 놓은 듯했다. 맨해튼 도로 중앙에는 연이어 꽃밭이다. 도시의 번잡함이 질리지 않고, 거대도시의 삭막함이 이로써 교정되고 있는 중이다.
대형 서점 반즈 앤드 노블즈만이 아니라 작은 중고서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큰 것과 작은 것들이 공존하면서 나름대로 자기 영토의 미학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 티켓을 파는 42번가 중심에 있는 티켓 하우스는 여전히 붐빈다. 그곳에 새로 설치해놓은 계단구조물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거리의 축제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게 바로 광장이다. 도시 곳곳이 그렇게 자신만의 활력을 개성적으로 뿜어내고 있다. 그런 뉴욕에 한번 빠져들면 좀체 이 도시와의 로맨스에서 나오기 어렵게 된다. 표정을 가진 도시에는 그런 문화적 메시지가 분명하다.
돌아온 서울에는 개성 없는 공학만 존재한다. 광장은 시민의 활력을 받쳐주지 못한 채 들어서기 생소한 전시장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고, 문화적 에너지를 가꾸어내는 거리는 보기 어렵다. 자연스러운 도시의 축제를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