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흥행 대전이 휩쓸고 간 10월 극장가에 가을의 고즈넉하면서도 비밀스러운 향취를 담은 다양한 장르의 신작이 대거 개봉된다.
멜로의 제철답게 ‘레터스 투 줄리엣’(7일 개봉)이 가장 먼저 관객을 찾는다. ‘맘마미아’와 ‘클로이’로 익숙한 ‘청순 글래머’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소설가 지망생을 맡아 오래전 헤어진 연인의 메신저로 나선다.
정우성과 양자경이 호흡을 맞춘 ‘검우강호’(14일)는 홍콩 누아르의 명장 오우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멜로액션물로, 신분을 감춘 채 살아가던 남녀가 사랑에 빠지지만, 암살자들의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다는 줄거리. 액션보다는 멜로에 방점이 찍혀 깊어 가는 가을에 감상하기 적합하다.
유덕화·유가령 주연의 ‘적인걸 : 측천무후의 비밀’(7일)과 수애·유지태 주연의 ‘심야의 FM’(사진), 장 르노 주연의 ‘22블렛’(이상 14일)은 모두 스산하고 미스터리어스한 느낌의 액션물이다.
오우삼 감독과 함께 지난 1980∼90년대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극 감독이 연출한 ‘적인걸…’은 당나라 시대의 충신 적인걸을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명탐정으로 등장시킨다.
수애는 ‘심야의…’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이코패스 납치범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여성 방송인으로 나와 액션 히로인의 면모를 새롭게 과시한다. 르노는 ‘22블렛’에서 ‘레옹’ 시절의 감성 액션으로 오랜만에 복귀했다.
이 밖에 마이클 더글러스·샤이어 라보프 주연의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21일)도 눈길을 끈다. 87년 개봉됐던 ‘월스트리트’의 속편으로, 더글러스와 올리버 스톤 감독이 23년 만에 다시 손잡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라보프가 새롭게 가세했다. 전편에서 수감됐던 기업 사냥꾼 게코가 감옥을 나온 뒤 탈법이 합법으로 바뀐 뉴욕의 월가에서 재기를 노린다는 내용이다. 스톤 감독은 다음달 열리는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방한할 예정.
한 투자·배급사의 관계자는 “성수기가 끝나면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 오히려 더 많이 공개된다”며 “추석 개봉작들에 실망했던 관객들은 10월 극장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