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이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면서 양사의 손익계산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존심을 건 대결로 인수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인수에 승리하고도 유동성 위기에 휩쓸리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겉으론 인수 전망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속내는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고 정몽헌 회장과의 관계 등 명분으로 보면 현대그룹이 앞선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자금력과 그룹의 위상 등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이 나은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강하다. 현대그룹이 정몽헌 회장 생전 모습을 앞세워 방송 광고를 내보내며 선공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내 유보금만으로 단독인수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과 달리 현대그룹은 인수 예상가의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투자 유치하거나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 이를 바라보는 현대건설의 입장은 우려가 섞일 수밖에 없다. 시너지 측면에서도 그룹 공사물량이 많고 글로벌 이미지가 강한 현대차그룹에 높은 평가를 주고 있다. 현대그룹의 불확실한 대북사업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시공능력 1위인 현대건설이 어디로 인수되더라도 서로 ‘윈-윈’ 하려면 과열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대건설의 인수 적정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5000억∼4조원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두 그룹 간의 경쟁으로 인수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질 수 있어서다.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막대한 인수자금을 빌렸다가 결국 대우건설도 빼앗기고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진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에서 사전에 고가 낙찰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