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문화>문화종합

꼿꼿한 대가, 어린이와 눈맞춤

그림책“노래하지…”펴낸 첼리스트 정명화



첼리스트 정명화(66)가 그림책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를 펴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거장이 무릎을 내려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자택을 찾았다. 가을볕이 좋았고, 그가 내놓은 커피는 부드러웠다.

그림책은 의외였다. 정명화의 처녀작이라면 클래식을 향한 진지하고 차분한 접근 혹은 세계가 인정하는 실력과 명예에 대한 담담한 소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내놓은 대답은 “아이들과 교육은 내게 최우선의 주제”였다.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등을 통해 동료 음악인들과 세계의 극빈층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는 그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마음의 모양새가 비뚤어지지 않습니다. 어린이를 도울 방법이 없나 생각해보니 그림으로 끌어당기면 되겠더라고요. 연주를 가르치는 것만큼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토양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스토리만 제공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의 주인공은 그의 딸이고, 어린 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음악과 어른이 생각하는 음악의 간극을 좁혀간다. 여기에 화가 김지혜의 그림이 보태지니, 재미있고 꾸밈이 없는 가이드북이 완성됐다.

내년부터 동생 정경화와 함께 클래식 음악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는다. 1회 때부터 연주자로, 선생으로 음악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기획하는 일은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고 보니, 그는 이 새로운 자리가 설레고도 긴장된다.

“재미있을 거예요. 그동안 해온 것들을 잘 정리하고 새롭게 구색을 맞추는 일은 프로그램을 짜서 새 무대에 오르는 것과 같지요. 그동안 세계 무대를 누비며 알아온 음악가들, 오케스트라 등을 내가 만드는 틀거리 안에서 만나는 기쁨도 있고.”

손가락 부상을 털고 일어선 동생 정경화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 5월 예술의전당에서 5년 만에 컴백해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했을 때, 그는 정명훈과 함께 객석에 앉아 벅찬 가슴을 누르며 동생의 아름다운 연주를 감상했다.

“내 동생이지만 정경화는 정말 특별한 음악가이고 나는 그 아이를 진심으로 존경해요. 5월 공연 때 우리 삼 남매가 모인 것은 이십 년 만인데, 보통 둘이 연주하고 하나는 감상하는 쪽이었는데 한 명의 연주를 둘이서 기도하며 감상하는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감격했지요.”

“나는 복받은 사람”이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음악 안에서 모든 것을 풀어놓아준 어머니, 취향과 인격을 서로 존중하는 남편, 늘 신선한 자극이 돼주는 형제가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꼿꼿한 등허리와 환한 미소는 흔하디 흔한 시술이나 테라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살 찌거나 체형이 틀어지면 새로 맞춰야 하거든요. 농담 삼아 드레스에 몸 맞춰 가며 사느라고 체중 조절을 한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입문과 동시에 ‘천재’ 소리를 듣고 살면 삶이 버거울 법도 하련만 대가의 행동과 제스처에는 소박한 정이 뚝뚝 묻어난다. 혹독한 마음 수련의 결과다.

“실력만 믿고 뻐기던 시절이 지나면 실력을 닦는 데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무대에서 그 많은 청중과 음악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리게 됩니다. 내가 뭘 잘하는지 알아야 약점을 찾을 수 있어요. 기가 잔뜩 죽은 채로는 멋진 음악가가 될 수 없습니다. 늘 하는 얘기가 있어요. ‘어깨를 펴고 가장 좋은 웃음으로 웃어라’고.”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