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기업 휴넷 디자인팀에 근무하는 김진옥(32) 책임은 지난 추석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가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4년 근무한 직원에게 한 달간 ‘학습휴가’를 유급으로 주는 사내 복지제도 덕분에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 앞에서 어깨를 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조건도 없고 상사와 동료의 축하까지 받으며 휴가를 떠날 수 있다’는 얘기에 고향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김 책임은 “복지제도가 훌륭하다고 소문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오히려 부러워했다”면서 “4일부터 시작하는 학습휴가 동안 유럽여행 등을 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돌아올 계획”이라고 자랑했다.
최근 대기업 부럽지 않은 휴가제도를 도입한 중소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휴가=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란 인식의 전환과 함께 대기업과의 인재 확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덕분에 내년 설까지 연휴를 즐길 수 없는 대기업 직원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는 중소기업 직원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 교육 및 연수 전문기관인 한국리더십센터는 7년 근속 직원에게 1년이라는 파격적인 안식휴가를 준다. 무급이지만 대신 1000만원의 특별휴가비도 제공한다. 6개월 전까지 자기계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조건. 이미 4명의 직원들이 1년 장기휴가를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충전했다.
건설관리사업 전문기업인 한미파슨스도 임원은 5년, 직원은 10년 근속 시 2개월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쉬는 것도 CEO가 앞장서 실천해야 직원들도 제대로 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회사의 김종훈 대표는 2006년 안식휴가를 솔선수범해 다녀오기도 했다.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 역시 5년 근무한 직원들에게 한 달의 안식월 휴가를 제공 중이다. 이미 10명이 넘는 직원이 안식월 휴가를 다녀왔다.
온라인 쇼핑몰업체인 옥션도 근무 기간 5년마다 4주간의 안식휴가를 지원해 직원들의 재충전을 돕고 있다.
색다른 휴가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게임회사 넥슨은 ‘369’란 특이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3년, 6년, 9년 근속자들에게 각각 10일, 10일, 20일의 리프레시 휴가와 함께 휴가지원금, 특별선물까지 지급하는 방식이다.
카페 24를 운영하는 심플렉스 인터넷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레저휴가일로 정해 10만원의 휴가비용까지 준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이성태 박사는 “최근 들어 중소기업들도 ‘잘 쉬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국가적으로도 직장인들의 휴가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비용보다는 민간 소비와 기업 매출 증가 등으로 인한 편익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