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조반니’라는 국내 제목만 접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그대로 담은 공연물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카를로스 사우라가 감독한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Io, Don Giovanni’. 번역하면 ‘나, 돈 조반니’쯤 되겠다.
여기서 ‘나’는 진짜 돈 조반니를 가리키기도 하기만, 모차르트를 위해 ‘돈 조반니’의 리브레토(오페라 대본)를 써 준 이탈리아의 작가이며 이 영화의 주인공인 로렌조 다 폰테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 이 영화는 작곡가보다 리브레토 작가를 더 앞에 내세운 최초의 음악 영화일 것이다.
로렌조 다 폰테의 일생은 화려하고 요란하다. 그는 가톨릭으로 개종해 신부까지 된 유태인이고, 그렇게 결백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로 고향인 베네치아에서 쫓겨나 비엔나로 망명했다. 거기서 그는 요제프 2세의 후원 아래 오페라 리브레토 작가로 활동하는데, 그 중 모차르트와 죽이 잘 맞아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시 판 투테’와 같은 걸작들을 만들어냈다.
나중에 그는 빚쟁이에게 쫓겨 미국으로 달아났다가 그곳에서 대학교수로 활동하며 신대륙에 오페라를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카를로스 사우라는 그의 호사스럽고 세속적인 일생과 그가 ‘돈 조반니’ 오페라의 작가라는 두 가지 사실을 영화 속에서 하나로 결합한다. 그 결과 모차르트 오페라의 돈 조반니는 로렌조 다 폰테 자신의 초상이며 철학의 반영이 된다.
여기에 그의 친구인 자코모 카사노바를 등장시키면 상징은 거의 완벽하게 완성된다. 단지 영화 안에 그려진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지를 너무 엄격하게 따지면 곤란하다. 돈 조반니가 허구의 인물인 것처럼, 이 영화의 로렌조 다 폰테 역시 스토리를 위해 재창작된 허구의 인물에 가깝다.
‘돈 조반니’에서 가장 튀는 부분은, 이 작품이 사실적인 세트나 로케이션을 처음부터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모든 부분은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찍혔으며, 실내 인테리어와 건물들을 모두 벽을 인쇄한 반투명한 막으로 대체된다.
덕택에 디졸브와 같은 영화적 효과가 카메라 앞에서 어떤 특수효과도 없이 구현되기도 한다. 이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지만 관객들이 이런 종류의 시대극에서 기대하는 화려함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다음달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