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한방에 시청률 50%를 찍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른다. 처음이기 때문에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의 크기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그에게 쏠린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제빵왕 김탁구’의 구마준으로 3개월 동안 웃음기를 지웠던 주원(23)이 해맑게 웃는다.
‘뮤지컬계 강동원’
엔딩 장면에서 잠깐 미소를 짓는 것을 제외하고 한 번도 웃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 첫 연기에 이처럼 큰 역할을 맡았고, 반응도 뜨거운데 활짝 웃는 속내를 드러낼 수 없었던 것이 힘들었다.
“인터넷은 잘 안 해서 모르는데, 가끔 악역이 이 정도로 사랑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대부분의 시청자는 그가 난데없이 등장한 연기 초년병으로 알지만 ‘뮤지컬계 강동원’으로 불리며 공연가에서 제법 누나팬을 거느린 스타다.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1학년이던 2006년 ‘알타보이스’로 데뷔해 ‘싱글즈’ ‘그리스’ 등 인기 뮤지컬을 거쳤다.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지난해 김무열에 이어 ‘스프링 어웨이크닝’ 주인공 멜키어를 연기하고부터다.
“뮤지컬에 아무리 출연해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한 번 오르지 않았는데, 드라마를 하니 등장도 하기 전에 크레딧에 오른 이름만으로 순식간에 1위를 하더라고요. 이게 방송의 힘이구나 했죠.”
무대에서의 연기는 충분히 검증받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았다.
“카메라가 눈앞에 있다는 게 제일 어색했어요. 수천 명이 앞에 있는 대극장에서도 떨지 않았는데 정말 떨리더라고요. 대사를 너무 또박또박 전달하려는 습관을 고쳐야 했고, 동작과 표정이 커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죠. 대사 빨리 외우기, 순서 없이 마구 찍어도 제대로 감정 유지하기는 그 다음 숙제였고요.”
‘얄미울만큼 매력적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바쁜 와중에 그는 이미 스타가 돼 있었다. “탁구가 남다른 후각을 타고났다면, 마준이는 천재적인 청각을 지녔다” “분노와 야성의 마준이 눈빛이 매력적”이라며 극중 얄미움의 크기만큼 관심이 쏟아졌다.
“선생님들, 형들에 열심히 따라가기만 했죠. 초반에는 눈 따로 감정 따로였는데, 점점 저도 모르게 감정 따라 눈빛도 변하더라고요.”
차기작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진정한 평가는 다음 작품에서 날 수 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김탁구’는 운이 좋았기 때문에 다음 작품 부담은 없어요. 선생님 될 때까지 연기할 텐데 잘 되든 안 되든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할 뿐이죠.”
그러면서 희망사항은 “뚜렷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 순수하고 해맑은 청년, 20대의 뜨거운 에너지를 폭발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거부하고 싶어도 지금의 위치에 있는 건 행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죠. ‘스타’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고요. 20대에는 많은 걸 배우고 30대에 진정한 배우의 모습을 갖추고 싶어요. ‘…김탁구’를 본 분들에게 어떻게 제가 성장해 가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