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담는 종이팩은 왜 직사각형이어야 할까’. ‘냉장고에 넣지 않고 음료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없을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기업이 있다. 삼각형 실린더 모양의 4면체 무균 종이팩을 들고 1951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장에 뛰어든 테트라팩. 우리에게 무척 낯선 기업이지만 테트라팩의 고객사를 보면 적잖이 놀라게 마련이다.
매일유업, 롯데칠성음료, 남양유업, 한국야쿠르트, 정식품 등 내로라하는 유가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국내 중견업체의 우유, 두유, 주스 제품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롯데칠성이나 남양유업 같은 대기업이 보관 용기를 못 만들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유가 있다. 테트라팩 제품에 들어간 ‘아셉틱(무균)’ 기술 때문이다. 이는 식품보존료(방부제) 없이 음료 본래의 맛과 영양을 지키기 위해 종이·알루미늄 포일·폴리에틸렌 등 여섯 장의 얇은 소재를 수초 동안 고열 처리해 붙인 뒤 급속 냉각시켜 만드는 것으로 외부의 산소와 미생물, 빛, 습기 등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우유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도 상온에서 최장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용기를 만드는 회사인 만큼 디자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종이팩 윗부분에 뚜껑을 만들어 종이를 개봉하지 않고도 음료를 마실 수 있게 한 것도 테트라팩의 아이디어다. 특히 와인도 종이팩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운반 도중 병이 깨져 사라지기 십상인 와인을 구원했다.
테트라팩은 착하기도 하다. 포장재 주원료의 75% 이상을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로 구성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불법적 벌목을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 산림관리협의회(FSC)와 범유럽산림인증(PEFC)을 통해 산림관리 검증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과 손잡고 나무 심기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테트라팩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은 지난 2분기 LG전자 매출액과 비슷한 13조8312억661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