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슈퍼스타 K’에선 이문세의 노래를 선택해 부르는 미션이 등장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고 이영훈과 함께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문세의 전성기라고 할 만한 1980년대의 가요, 특히 발라드의 가사가 새삼 인상적이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가요의 노랫말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감상일 것이다. 70∼80년대의 가사가 감정을 최대한 숨기는 방식으로, 애틋함마저 느껴지는 간절함의 정서가 지배했다면 90년대 가요는 내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그렇다면 요즘 노래들은 어떨까.
내 관점에서, 2010년의 가요는 감정 과잉을 넘어서 직설적인 표현이 지배적이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멋대가리가 없어진 것도 사실인데 이런 현상은 ‘사는 게 너무 팍팍해진’ 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휘성의 ‘결혼까지 생각했어’엔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같은 집 같은 방에서 같이 자고 깨며 실컷 사랑하려 했어’란 가사가 등장하고, 씨야의 ‘미쳤나봐’엔 ‘누가 그러더라 사랑은 미친 짓이라고’가, 이승기의 ‘정신이 나갔었나봐’에는 한 소절에 두 번씩이나 ‘정신이 나갔었나봐’가 등장한다.
이런 걸 예로 들면서 ‘옛날 가요가 훨씬 더 근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단지 ‘은유가 없는 가사, 직설적인 가사가 어떻게 대중음악의 지배적인 양식이 되었는가’가 더 궁금하다.
그 이유를 ‘스트리밍 시대 대중음악의 생존 방식’으로 잡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시대의 속도감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요컨대 우리는 은유가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돌려서 말하는 게 ‘비경제적’으로 여겨지는 시대에는 내 감정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게 일종의 예의로 여겨지는 시대에 은유나 비유가 들어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는 직유의 시대다. 내 감정이 어떤지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내 감정의 상태만 툭 던지면 되는 시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읊는 것보다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파’란 절규가 더 직관적이다.
그런데 이건 배려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유의 문제기도 하다. 21세기의 속도감은 그렇게 가요의 노랫말을 바꿔놓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달라진 게 노랫말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을 만큼 빠른 시대를 휙휙,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