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제품과 관련된 분야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일반인이 다루는 IT제품의 질이 전문가급으로 높아졌지만 가격은 큰 부담이 없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상품의 경우 일반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제작 매뉴얼이 간편하고 쉬워졌다. IT 분야의 발전 속도가 빠른 점을 감안하면 그 외의 분야에서도 아마추어가 전문가를 따라잡는 일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방송 PD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중에 나온 100만원 내외의 DSLR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의 화질과 오디오 음질이 1억원대인 방송용 ENG 카메라 못지 않기 때문이다.
소니의 알파55·33이 대표적이다. 기존 DSLR 카메라와 달리 반투명 미러를 이용해 초점을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맞추도록 설계돼 느린 오토포커스(AF) 문제를 해결했다. 즉 달리는 사람을 찍어도 소위 ‘뭉개지거나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거의 없다. 초점을 맞출 때 나는 특유의 소리도 잡았다.
다큐멘터리 ‘비상’을 제작한 임유철 감독은 “최근 등장한 DSLR 카메라를 활용하면 누구나 다큐 감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이 만들어내는 동영상의 퀄리티가 뛰어나다”며 DSLR로 촬영한 작품을 지난 4일 공개했다. 지난달 27일 방영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챔프’는 캐논의 DSLR ‘EOS 5D 마크2’로 촬영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메가폰 잡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4의 경우 720P HD급 고화질 영상을 제공한다. 이 기기를 사용해 만든 영상은 컴퓨터 모니터로 봐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물론 스마트폰의 한계로 촬영에 제한이 따르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만 있다면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P2P 사이트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까지 열리는 ‘아이폰4 필름페스티벌’에 출품할 작품을 촬영한 홍경표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영상에 친숙해지고 개인이 집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돼 좋은 인력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일반인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안드로이드마켓에 ‘열린약국찾기’라는 앱을 올린 조경식(31) 씨가 주인공이다. 주말에 문을 여는 약국을 일러주는 이 앱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4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게임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 조씨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초보자도 6개월 만 공부하면 그럴 듯한 앱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 곧 병원 위치와 진료 여부를 알려주는 ‘우리동네병원’ 앱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