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에서 주지사(Governor)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거버네이터’(Governator)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다.
이틀간 한국 방문 중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바로 KTX 탑승이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진짜 목적은 총 사업비 430억 달러가 투입될 캘리포니아 광역고속철도망 건설공사에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80억 달러를 고속철도 건설예산으로 확보했고 그중 23억5000만 달러를 캘리포니아 주에 배정했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캘리포니아주에 고속철도를 건설한다는 계획은 일견 경기부양과 탄소배출량 감소라는 일석이조의 묘수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커다란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캘리포니아 주가 떠안고 있는 19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재정적자이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주는 고속철도 건설 기술뿐 아니라 재정적인 지원을 함께 제공해 줄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며 한국에 오기 전 방문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고속철도를 시승해 보는 등의 제스처를 통해 고속철도 입찰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각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일본은 국영 은행인 ‘일본 국제협력은행’을 통해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완공에 들어갈 비용 전부를 대출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상태이고 중국도 이미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입찰 경쟁에서 제안했던 ‘중국수출입은행’과 ‘개발은행’을 통한 자금 지원 방안과 유사한 ‘패키지 옵션’을 내놓은 상태이다.
새롭게 열린 고속철도 시장에서 한·중·일 세 삼국지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지원사격을 가하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기술 면에서는 가장 앞서 있지만 단가가 비싸고 전용 철도만 사용해야 하는 일본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적재산권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은 중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으로 무장하면 ‘거버네이터’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학교 공공정책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