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2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가계 경제가 초토화되고 있다. 생활품목 중 1년 만에 가격이 2배 이상 오른 품목이 9개나 됐다.
폭우 등 이상기후 탓이라고는 하나 LPG·화장지 같은 생활용품까지 크게 올라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배추가격을 잡기 위해 늘린 공급량에도 가격은 되레 오르고 있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생활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나 올랐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4.8% 이후 최고치다. 생활물가는 정부가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52개 품목을 선정해 작성하고 있다.
152개 품목 가운데 116개(76%)의 가격이 올랐다. 상추(233.6%), 호박(219.9%), 무(165.6%), 시금치(151.4%), 오이(133.7%), 수박(128.0%), 배추(118.9%) 등 9개 품목은 1년 새 두 배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 잦은 폭우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농수산물의 작황이 좋지 못했던 게 주요 이유다. 급등 품목 18위까지가 모두 농수산물이다.
하지만 빙과류가 18.1% 오르고 취사용 LPG(13.6%), 자동차용 LPG(12.1%), 가루비누(11.4%), 화장지(9.5%), 서적(9.4%), 콜라(8.0%), 남자팬티(7.4%) 등 생활용품의 가격 상승세도 가팔라 물가급등이 신선식품만의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다.
게다가 9월 이후에도 생활물가가 안정화될 가능성은 적다. 정부가 공급 대책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고 국제 유가가 급등세에 곡물 등 원자재 또한 수급이 불균형한 상황이기 때문. 실제 정부가 7일 기준으로 배추 반입량을 417t에서 452t으로 늘였지만 수요 증가로 포기당 가격(도매가)은 전날 6613원에서 6812원으로 3%가량 올랐다. 지난해에 비해선 420%나 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