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87·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0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좌욕을 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황씨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보안요원이 들어가 보니 황씨가 숨져 있었다. 황씨는 국정원 요원에 의해 특급 경호를 받아왔으며 이날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고 별다른 사인이 없는 것으로 미뤄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부검에 착수했다. 정부 소식통은 “타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황씨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당 국제담당 비서 등을 맡다 1997년 2월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 사장과 함께 우리 측으로 망명했다.

1923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황씨는 김일성종합대학을 거쳐 49년 모스크바종합대학에서 마르크스-레인주의 철학을 공부했고, 54년 김일성종합대 교수로 재직하다 주체사상을 집대성해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린다. 70년 당중앙위원, 80년 당비서 등을 역임했다. 그는 ‘김정일 백두산 출생설’을 퍼뜨리는 등 김정일 후계구도 정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망명 이후 줄곧 북한 체제문제를 건드려 북한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에 따라 북측의 ‘암살대상 1호’로 지속적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정치권은 이날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평화를 위한 고인의 용기있는 행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논평했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고인은 민족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었다. 애도를 표하면서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