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노름판에서뿐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끗발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위로부터 지그시 눌러대는 끗발이다. 이를테면, 공무원 특채시험이 그렇고, 군대 배치가 그렇다. 똑같이 시험을 치르고, 똑같이 훈련소 연병장에 줄을 섰다고 해도 장관의 딸과 장군의 아들들은 역시 달랐다. 쉽게 말해서, 특혜가 작용했다는 얘기다. 설마 그러려니 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중앙부처에서 그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리라고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다시 생각해 보아도 마찬가지다. 1차 공고에서는 응모자 전원이 탈락됐고, 뒤이어 실시된 2차 공고에서는 장관의 딸이 합격했다. 더군다나 장관의 딸이 재공고에 전후해서야 응시에 필요한 영어성적표를 겨우 갖추었다니,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또 있을까.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정원이 차 있는데도 추가로 뽑거나, 기존 합격자들의 직급을 조정하는 편법으로 새로 뽑은 사람들이 대부분 고위직 자녀였으니 말이다. 중앙부처가 이러하니 산하기관이나 지자체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는 지원자의 이력서에 “어느 실세의 조카”라는 식으로 적어놓아 심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회적으로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는 판국에 실력자들의 주변에서는 허술한 틈바구니를 노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장군의 아들들도 군대에서 비교적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상자의 상당수가 전투병보다는 보급병으로 복무하고 있으며, 통역·군악·전산운영·배차·시설관리 등의 주특기를 받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또한 단순한 우연일까. 물론 일부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러는 본인들이 적극 나서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업무 담당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준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결국은 우리 사회가 끗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쯤이면 명함을 내밀 만큼 출세하지 못한 상태에선 자식들에 대해 아버지 노릇을 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어 버린 셈이다. 이미 몇 차례 실시된 국무총리나 장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고위층의 병역 면제 및 세금 탈루 의혹과 뻔질난 위장전입 사례들이 밝혀진 바 있다. 우리가 과연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