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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대재앙 이후

[아침햇살]

27만 명이 순식간에 희생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그 순식간이란 단 23초다. 1976년 당산 대지진은 그렇게 중국을 온통 뒤흔들고 당산을 폐허로 만들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끔찍한 참사였다. 벌써 40년도 더 지난 과거의 비극이다. 그러나 중국은 오늘날 그 비극을 역사와 문화의 차원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창조하고 해석해내고 있다. 펑 샤오캉 감독의 영화 ‘대지진(Aftershock)’은 다시 중국 대륙을 진동시켰다. 그리고 그 지진의 여파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본 이 영화는 중국의 힘을 새삼 무섭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1976년의 대재앙에서 21세기에 들어서기까지 대지진을 겪은 당산의 변모와 그 와중에 정신적 외상을 이겨내는 인물들의 모습은 중국의 역사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비극을 딛고 일어선 중국의 오늘이 그 안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지진이 일면서 남편은 아내를 살려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건물 잔해에 깔린 쌍둥이 남매 가운데 하나만 살려낼 수 있다는 구조반의 말에 결국 엄마는 아들을 선택한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딸은 3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이 날의 그 절망적인 기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당산은 어느새 새로운 도시로 면모를 바꾸었고 중국도 전혀 다른 국가가 되어 간다. 말썽꾼이었던 아들도 성공해서 엄마를 현대식 아파트에 모시고 싶어 하나 엄마는 여전히 당산의 낡은 가옥에서 죽은 남편과 죽었다고 여긴 딸의 영혼을 위해 인고의 삶을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 남매는 극적으로 만나고 엄마가 계신 곳에 가서 눈물의 화해를 이루어낸다.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는 이 정도지만 실제 영화는 중국의 역사가 곳곳에 녹아 있는 거대한 대하 드라마이다. 단순한 스펙터클형 재난 영화가 아닌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 사람들이 절규하면서 스러져가는 모습은 할리우드식 그래픽 처리와는 다른 실존적 질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중국의 패권에 대한 논란이 백가쟁명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인의 뇌리에 새겨진 상처와 그걸 이겨내고 살아온 세월에 대한 성찰은 없다. 이걸 알지 못하고 중국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와 함께 자연, 우리 자신의 자화상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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