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라디오 방송의 인기 DJ 고선영(수애)은 아픈 딸을 치료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수많은 팬들의 만류에도 방송 하차를 결심한다. 마지막 방송이 나가는 날, 후임 DJ는 정체 불명의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선영은 예전과 다름없이 방송을 진행한다.
라디오 부스에 빨간불이 켜지는 순간. 선영의 동생과 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한동수(유지태)가 침입한다. 선영이 진행하는 방송의 광적인 청취자인 그는 가족을 볼모로 삼고 선영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방송해줄 것을 요구한다.
영문을 몰라 동수의 요구에 응하지 않던 선영은 동수가 동생을 고문하는 모습을 화상 전화로 목격한 뒤 극심한 공포에 빠진다. 경찰에 신고해서도 안 되고, 방송을 멈춰서도 안 된다는 동수에게 정면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14일 개봉되는 ‘심야의 FM’을 세부적인 장르로 구분하면 ‘리얼타임 스릴러’ 정도가 될 것이다. ‘리얼 타임 스릴러’란 상영 시간과 극 중 시간이 일치하거나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는 형식의 스릴러로, 게리 쿠퍼 주연의 고전 ‘하이눈’과 조니 뎁 주연의 ‘닉 오브 타임’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장르의 장점은 말할 것도 없이 넘치는 긴박감에 있다.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도록 유도해, 긴장감을 높이고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그러나 ‘심야의 FM’을 완성도있는 ‘리얼타임 스릴러’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미진한 구석이 있다. 반드시 곁들여져야 하는 배우들의 건조한 연기를 찾아볼 수 없고, 나름대로 빠르게 전개되는 초·중반부와 달리 결말부부터는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이를테면 수애와 유지태는 특유의 성실한 연기로 변신을 시도하지만, 과잉의 흔적을 감출 수 없다.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연기했더라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뻔했다.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번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관객들을 불러모으기에는 2% 부족하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