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분명히 ‘남자’와 ‘여자’라는 두 종류의 성이 존재한다. 남자와 여자는 화장실을 달리 쓰고, 겉모습이 다르다는 것 외에도 의학적으로도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의학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생식기뿐 아니라 사람의 몸 전체를 아울러 말하는 것이다.
많은 연구 데이터들이 쌓이면서 여성과 남성의 다른 신체적인 특성 때문에 의학적인 특성도 미묘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 관찰됐다. 그래서 ‘성인지의학(Gender Specific Med icine)’이라는 최신 의학 분야도 창시됐다. 이는 환자가 호소하는 각종 질병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성차를 인정하고 각각의 고유한 특성에 따라 진단, 치료 및 재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왜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특성을 구별하여 진료를 해야 하는지를 예를 들어보자. ▲여성의 심장병은 흔히 명치 끝이 답답함 등 소화불량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게는 잘 듣는 부정맥 치료제가 여성에게는 오히려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여성의 기능성 장 질환은 남성보다 20배나 많이 발생하며, 생리 주기에 따라 그 증상이 달라진다. ▲여성의 만성두통은 남성보다 세 배나 우울과 불안을 동반하며, 생리 주기에 따라 그 증상이 달라진다.
이렇듯 여성들이 무심하게 넘기는 증상들을 살펴보면 남성들보다 더 심각한 질환일 때도 있고, 남성과 같은 치료법을 썼을 때 그 효과는 정반대로 안 좋을 수 있다. 이는 여성은 생리 주기라는 여성만의 신체적 변화와 폐경 후 생기는 호르몬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앞으로 남자와 여자 각각의 신체적 특성과 사회적·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치료법을 달리하고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