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개와 고양이를 키운다. 귀여운 마음에 키우기 시작하지만 하나의 생명을 돌본다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기쁨을 주는 만큼 책임도 따르는 일인데 가볍게 받아들이고,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가 무수히 많다. 유기견과 유기묘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뮤지컬 ‘도도’가 공연 중이다.
극단 학전에서 만든 ‘도도’는 강정연 작가의 ‘건방진 도도’를 토대로 했지만 좀 더 진지하고, 함부로 버려진 생명들이 얼마나 비참한 운명을 걷는지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경각심을 준다.
주인공 ‘도도’는 부유한 집에서 맛난 것 먹고 미용을 받으며 편안하게 자란 괴짜 개이다. 자신을 ‘도도한 도도’라고 부르며 자신이 사람들을 데리고 산다고 생각한다. 애완견을 장난감처럼 여기는 주인은 도도가 뚱뚱해지자 버린다. 버려진 곳에서 주인이 버린 또 다른 유기견 ‘미미’를 통해 다른 유기견 ‘라라’와 ‘파파’의 이야기를 듣고 ‘도도’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이 다른 개들의 이름처럼 같은 음계를 반복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마음이 변한 주인은 다시 도도를 데려오지만 도도는 자신이 소유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과 함께 살 주인을 찾아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선 도도는 자신을 동등한 생명체로 돌봐주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유기견 센터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커졌다는 이유로, 잡종이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진, 심지어 따라 오지 못하도록 다리를 부러뜨린 개들을 만난다.
사람과 애완견이 소유와 소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동반자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도’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도도가 스스로 함께 살 인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구조는 흥미롭지만 아직 제대로 극화되지 않았다. 도도가 찾은 인간, 노인과의 만남은 너무 길게 할애되었고, 그를 찾기까지의 방황은 너무 많이 삭제됐다.
‘낯선 사람들’의 고찬용이 작곡한 음악은 슬프지만 따뜻한 정서를 전해준다. 시적인 노랫말 역시 정서적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철제 구조물로 꾸민 무대는 생명에 대한 현대인들의 삭막한 정서를 전해주지만 여러 공간을 운용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고 위험해 보인다. 개나 고양이들은 분장과 의상으로 동물화한 동화적인 느낌과 차갑고 삭막한 철제 무대가 미묘한 느낌을 주며 잘 어울렸는데, 도도 주인의 과장된 뚱보 의상은 지나치게 풍자적이어서 작품 전체 톤과 맞지 않았다. 31일까지 학전 블루 소극장.